‘가전 신화’, ‘고졸 신화’, ‘세탁기 장인’ 등 숱한 별명을 만들어내면서 LG전자(066570)를 상징하는 인물이 된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났다.
LG전자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새 최고경영자(CEO)로 권봉석 MC·HE 사업본부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G전자 가전을 세계 일류로 키운 조 부회장이 물러나게 됐다. 조 부회장의 퇴진은 조 부회장 개인에게나 LG전자에나 큰 의미를 지닌다.
조 부회장은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후 곧바로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만 43년 2개월을 근무했다. LG전자에서만 40년 이상을 근무한 사례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 LG전자가 장기근속자에게 수여하는 장기근속상도 35년까지 밖에 없다. 조 부회장을 빼고는 지금의 LG전자를 얘기할 수 없다. 특히 최근 LG전자가 생활가전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데는 조 회장의 공이 가장 크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세탁기를 세계 최고 제품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조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되는 시절이었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해 ‘트윈워시’와 같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조 부회장은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생활가전 전 부문으로 확대해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같은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프리미엄 가전’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은 한국 가전업체로 처음으로 초(超)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을 선보여 LG 브랜드의 위상을 였다.
이처럼 조 부회장이 전문성을 가진 가전 부문이 신가전을 중심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최근 LG전자는 실적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올 3·4분기 누적매출은 46조2,4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2017년 이후 3년 연속 연간 매출이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전자의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3,34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성공신화를 써 내려온 조 부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LG전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며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