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기획부동산 ‘지분쪼개기’는 사기” 우리경매 회장 구속기소…형제社 케이비도 수사 임박

피해 규모 1조 내외일 듯

/연합뉴스/연합뉴스



전국에서 1조원대를 넘나드는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토지지분 매매 기획부동산 업체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사기 판매, 횡령·탈세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획부동산 업계는 케이비경매와 우리경매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데, 각기 형과 동생이 운영하는 가족회사로 판매한 토지를 대부분 공유한다. 이중 동생인 황모 우리경매 회장 등 경영진은 지난달 사기판매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지분 매매 방식은 다른 기획부동산에도 만연한 만큼 수사기관의 전선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11월29일자 1·5면 참조 ▶[단독] 2만8,000명에 ‘여의도 4배 땅’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케이비경매가 전국 각지에서 벌인 사기 판매 및 횡령·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전국 지방청과 수사정보를 공유했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우리경매 광주지사에 대한 고소사건을 접수해 9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경영진인 황 회장과 노모 총괄사장, 박모 광주지사장을 사기·다단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개발 가능성이 극히 낮고 재매각도 힘든 토지를 인근 지역의 호재와 관련된 것처럼 허위·과장해 판매했다고 봤다. 노 총괄대표는 케이비경매의 경영진이기도 하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16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기획부동산의 토지지분 매매 방식에 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지 공유지분 판매는 사기”…국내 최대 기획부동산 경영진 구속기소


경찰 “토지 공유지분 매매 자체가 범죄” 수사 범위 확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를 사들여 평균 5배 가량의 가격으로 지분을 쪼개 팔며 수천억대 폭리를 취해온 기획부동산들이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 놓였다. 경찰은 최근 국내 양대 기획부동산인 우리경매와 케이비경매가 전국 수십개 지사에서 최소 수천명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하고 전국 지방청에 이 같은 혐의사실을 전파했다. 검찰도 이들 업체에 대한 수백명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우리경매의 경영진들은 광주 지사에서 판매한 토지와 관련해 구속돼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달 16일 우리경매의 황모 회장과 노모 총괄사장, 박모 광주지사장 등 3명을 개발 불가능한 토지에 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했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들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본사와 지사 간부급 직원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12월 우리경매의 광주지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후 9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나온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법인계좌 72개와 차명계좌 32개 등 총 100여 계좌의 자금 흐름을 모조리 추적했다”며 “토지 공유지분을 매매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것을 판례로 확인받는 데 목표를 두고 수사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서울경제가 내부자료를 입수해 전날 보도한 케이비경매 계열 기획부동산의 형제 회사다. 구속된 황 회장은 케이비 황모 회장의 친동생이며, 노 총괄사장은 케이비경매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었다. 두 회사의 창업주는 어머니 김모씨로 회사에서는 명예회장으로 불린다.


우리경매는 서울경제가 4월 ‘2018년 6월1일~2019년 4월12일에 공유인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50개 필지’를 분석했을 때 최다인 25곳에 관여했으며, 케이비경매 관여 토지는 21개로 두번째로 많았다. 당시 두 회사는 토지를 서로 공유하며 교차 판매했다. 총 예상 매출액 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케이비경매가 지난 3년여간 판매한 토지 222개도 대부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본지 4월27일자 1·4·5면 참조 ▶[단독] 두 ‘큰손’ 기획부동산, 年1조어치 땅 판매 ‘쥐락펴락’…갖고보니 ‘기획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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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매의 피고인 3명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서울·광주 등지에 기획부동산 업체 사무실을 차려놓고 수도권 5개 토지를 허위 개발 정보로 속인 53명에 판매해 6억2,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판매한 토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호구역, 국립공원 토지 등이어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또 토지 지분 공유자가 수십~수백명에 달해 서로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토지를 ‘주변에 대형 개발 호재가 있다’ ‘수년 전보다 수배 값이 뛰었다’ ‘시세 반값에 나온 경매 물건이다’라고 설명하며 거리낌없이 판매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먼 곳에서 이뤄지는 개발을 지도 축적을 달리해 마치 해당 토지가 개발되는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고 한다.

경영진은 일당 7만원에 고용한 판매직원들에게 채용·실적을 빌미로 해당 토지에 대한 지분 일부를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피해자 중 상당수는 판매직원 본인 또는 가족·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의 지분을 매매하는 행위 자체가 사기라는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온 만큼 다른 기획부동산으로도 수사가 확대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경매는 전국에 십수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형제회사인 케이비경매도 전국에 20여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경찰은 이미 우리경매의 다른 지점 및 케이비경매 등에서 벌어진 사기 판매 및 횡령·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내부에 전파했다. 또한 검찰에도 이들 업체에 대한 수백명의 고소장을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은 전형적인 개발 관련 서민다중피해범죄 유형 중 하나”라며 “매매할 때의 설명과 실제 토지의 상품가치가 완전히 동떨어진 경우라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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