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SK이노 中에 1.2조 투자… 옌청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SK이노베이션(096770)이 중국 장쑤성 옌청에 10억5,000만달러(약 1조2,4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창저우 공장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내 두번째 배터리 생산기지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 고객사인 기아자동차가 옌청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임대 및 전환하는 데 따른 투자다.1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위치는 옌청의 기아차(000270) 3공장 동쪽 인근이다. 국내 장비 업체들을 통해 생산장비 주문 또한 들어간 상태다. 총 투자 규모는 10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수요에 따라 투자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옌청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 우선 공급된다. 오는 2021년부터 전기차 1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옌청 투자는 기아차가 중국 사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앞서 기아차는 생산이 급감한 옌청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위에다그룹에 장기임대했다. 위에다는 임대한 옌청 1공장을 친환경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 옌청3공장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 현지 진출 완성차와 손잡고 中공략...해외사업 ‘합종연횡’ 새 모델되나

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옌청에 中 두번째 생산공장

물량 대부분 기아차에 공급

2년내 손익분기점 달성 기대

전기차 공들이는 폭스바겐과

추가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LG화학과 美 소송전이 변수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내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옌청에 건설하는 것은 기아차의 전기차 전환 전략과 관련이 깊다. 중국 내 내연기관차 수요 부진과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기조에 따라 옌청 공장 내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고 오는 2021년 배터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다는 목표에 한층 가까워지게 됐다. 여기에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난관에 부딪힌 한국 산업에 ‘합종연횡’의 새로운 전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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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장쑤성 옌청에 ‘강소염능신능원유한공사’라는 이름의 법인을 세우고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부지가 기아차 옌청 3공장에 인접해 있는 만큼 대부분의 물량을 기아차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7.5GWh 규모로 완공 예정인 창저우 공장에 이어 중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이는 기아차가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에 따라 생산 효율화를 진행하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6년 65만대 이상을 기록했던 기아차 옌청공장의 출하량은 지난해 37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44만9,000대에서 지난해 75만6,000대까지 늘었다. 이에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옌청 1공장의 기아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위에다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업계에서는 옌청 3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도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자국 배터리를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내년부터 폐지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차·수소차(신에너지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높을수록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현지 배터리 업체보다는 기술력이 우수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손을 잡는 게 유리해진 셈이다.

이에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중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32GWh 규모의 난징 2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11월 시안 배터리 2공장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보조금 폐지와 별개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배제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합작사 설립도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 등과의 합작으로 창저우 공장을 세웠고 최근에는 현지 배터리 업체인 EVE에너지와 손잡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2021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목표 달성에도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각각 7.5GWh 규모의 중국 창저우 공장과 헝가리 코마롬 공장이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익성의 관건인 빠른 수율 안정화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높은 수율과 가동률을 보이는 국내 서산 2공장과 유사한 공법과 설비를 적용해 수율 조기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국내 생산인력을 파견해 현지공장의 인력교육에 나섰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2022년까지 글로벌 생산규모 60GWh 확보를 목표로 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추가 합작사 설립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폭스바겐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 여부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폭스바겐의 새로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ID.4’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등 다양한 완성차 업체가 SK이노베이션과 JV 설립을 논의 중”이라면서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으로 미국 또는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의 소송전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폭스바겐을 적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수주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소장에서 이 때문에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판결은 내년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TC가 LG화학이 지난달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더 빠른 최종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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