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건설 프로젝트는 ‘S 프로젝트’라고 불립니다. 황(Sulfur)의 S, 그리고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SK가 추구하는 ‘수펙스(Super Excellent·SUPEX)’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SK 울산CLX 내 VRDS 공사 현장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현장은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큰 설비인 반응기(리액터)에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배관작업과 계기 및 보온재 설치 등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다. 반응기는 VRDS의 원료라 할 수 있는 감압잔사유로부터 황을 제거하는 VRDS 공장의 핵심설비다.
총 투자액 1조원, 건설기간 29개월, 부지 면적 2만5,000평에 달하는 VRDS 건설은 SK에너지가 지난 2008년 약 2조원을 투입한 제2고도화설비(중질유 촉매분해공정·FCC)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최근 정제마진 악화에 직면한 SK에너지의 구원투수로 꼽힌다. VRDS로 내년 1월부터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저유황 중질유(LSFO)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내년 3월부터 VRDS 설비로 하루 4만배럴의 LSFO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예상이다. 최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내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박에서 LSFO를 쓰지 않아도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면 황산화물의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최근 수요 급증에 따라 장착이 늘어난 중국산 스크러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뉴스가 있다”며 “국내 연료유 시장에서도 수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오는 2020년 1월부터 늘어날 LSFO 수요에 맞춰 공사 기간도 단축했다. 문 실장은 “통상 이 정도 규모의 사업에 착수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32개월이 걸리지만 규제 효과를 꼼꼼히 따지느라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면서 “시장 적기 대응을 위해 29개월 내 완공하는 일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핵심설비인 반응기를 공급하는 이탈리아 업체의 배송이 2개월 늦어지면서 뒤쪽 공정 기간을 단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최우선시된 것은 ‘안전’이었다. 현장관리자 500여명 중 안전을 전담하는 인력만 107명(약 20%)에 달했을 정도다.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도 지난달 방문 당시 경영진과 함께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미팅을 연 바 있다. 문 실장은 “입사 이래 30년간 안전관리 인력과 비용이 이렇게 많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 결과 중대재해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울산=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