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사중재원이 한국 중재업무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 알리는 ‘K중재’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대한상사중재원 산하 국제중재센터가 산파 역할을 맡으면서 K중재의 글로벌 진출과 성과도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글로벌마켓중재센터(ADGM)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ADGM은 국제금융센터 소속으로 중동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 기업의 제반 업무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제금융 허브다. 주요 선진국에 이어 중동국가로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국내 법조계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재원은 올 하반기에만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4건의 국제중재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8월 아시아 국제중재의 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국제조정센터(ICAM)를 시작으로 9월에는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와 러시아산업기업연합중재센터(ACRU) 등과 잇따라 손을 잡았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변호사협회(ICAMadrid)와 일본 게이오대학과도 업무협약 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K중재의 글로벌 진출은 지난해 4월 출범한 국제중재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중재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국제중재팀을 격상해 본부 개념으로 센터를 설립했다. 초대 의장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신희택(사법연수원 7기) 변호사를 임명하고 사무총장에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임수현(31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국제중재 업무에 해박한 신 의장과 임 총장의 이른바 ‘투톱 체제’가 K중재의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올 2월 국제중재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운영위원에 선출된 신 의장은 해외 사무소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이달 중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해외 사무소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가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국제중재 시장의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K중재의 위상을 강화하고 우수성을 알리는 해외 설명회도 잇따라 개최했다. 중재원은 연초 홍콩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등을 순회하며 7건의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달 기준 누적 해외 설명회 건수는 12개국 20개 도시에 이른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해외 기업이 중재원에 중재업무를 맡기는 사례가 급증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재기관으로 그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국제중재센터의 달라진 위상은 지난 9월 개최한 ‘제8회 서울국제중재페스티벌(SAF)’에서 도 엿볼 수 있다. 같은 달 서울에서 ‘2019년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SAF에 900여명이 넘는 국제중재 전문가들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은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 유일의 상설 법정 중재기관으로 국내외 상사 분쟁에 대해 중재 판정을 내리는 민간 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과 외국 로펌으로 국제중재센터의 역량을 집중해 ‘K중재’를 글로벌 무대에 알리는 대표 중재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