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수소 강국’ 꿈은 이뤄진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아폴로 11호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아폴로 11호에는 수소가 가득했는데, 로켓엔진의 연료인 액체수소와 함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우주선의 수많은 기기는 연료전지가 만드는 전기로 작동됐고, 전기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물은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식수로 쓰였다. 극한의 우주공간과 밀폐된 우주선에서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작동한 수소연료전지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꿈, 달 정복은 훨씬 뒤로 미뤄졌을지 모르겠다.

사실 수소가 산소를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전기와 물이 나온다는 연료전지의 원리는 달 착륙 130년 전에 이미 밝혀졌다. 하지만 탄소경제 시대에 수소는 에너지효율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미국 국립 아르곤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동일거리 주행 시 수소차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휘발유차의 절반 수준인 53%이고 배출하는 매연과 온실가스도 25%에 불과했다.


천연가스를 쓰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소를 비교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으로 연료전지의 발전효율은 LNG 발전과 대등해졌다. 환경 측면에서는 연료전지 발전이 온실가스 포집이 훨씬 쉽고,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도 없어 이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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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현재 ‘수소경제’ 패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액화수소 수입과 전용선까지 갖춰 내년 도쿄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열차를 개발한 프랑스, 지난해부터 수소열차를 상업 운행 중인 독일,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호주까지 수소경제 레이스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중국도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를 내건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를 지난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수소차 보급, 수소충전소와 수소생산기지 확충, 수전해 실증 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소경제 및 안전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수소 생산·운송·활용 단계마다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관리하게 된다.

수소만큼은 사실 대한민국이 자원 부국이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과 세계 5위의 철강산업이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수소가 약 5만톤인데 수소차 25만대가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적잖은 양이다. 또 4,800㎞가 넘는 LNG망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LNG를 개질해 수소를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세계 최고의 수소차를 만들고,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이 가능하다. 해외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수소경제가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러운 듯 말하는 이유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을 아폴로 11호가 이뤄냈듯 미래 수소경제의 꿈을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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