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어딘지도 모르면서

윤제림

할머니 돌아가신 날, 동생이 물었다


“할머니 어디로 가셨어요?”

할아버지가 힘없이 답했다

“먼 데”

동생이 또 물었다

“할머니는 거기가 어딘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답했다

“할머니도 모르지”

동생이 또 물었다

“모르는 곳을 왜 혼자 가셨어요?”


영정 속 할머니가 대답했지. ‘여보, 문 앞이 북망이라더니 와보니 아주 가까운 곳이에요.’ 할아버지는 알아듣지 못했지. 할머니가 다시 말했지. ‘여보, 막상 와보니 아주 잘 아는 곳이에요. 멀리 웅녀 할머니부터 가까이 작년에 죽은 내 친구 섭분이까지 다 와 있는걸요. 그럼요,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즉에 만났지요. 지난봄 우리 손주들이 눈물로 보낸 늙은 고양이 콩이는 다시 젊어져서 다리에 착착 감기는 걸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알아듣지 못했지. ‘아가야, 우리 모두가 왔던 그곳을 다시 가면 왜 모르겠니.’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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