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가원 수능 점수 보안 뚫린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

문제 원인 소스코드 수년 간 사용해…“취약점 상시로 있었다” 시인

성적 확인 312명 불이익 없을 듯…“책임 회피 말라” 비판에 꼬리 내려

성기선 평가원장 사퇴 가능성 시사하는 등 파장 커질 듯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0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에서 눈을 감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세종=연합뉴스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0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에서 눈을 감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세종=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사전 유출과 관련해 보안 시스템이 그동안 없었음을 시인했다. 로그인 기록상 이번 사건 전에 점수 유출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제까지 매년 무방비로 수능 성적을 관리한 것이어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적 확인 학생들에 대한 대처 등 논란은 확산되자 성기선 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수능 채점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성 평가원장은 “수능을 책임지는 평가원장으로서 성적 사전 유출의 문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서 송구스럽다”고 발표했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올해 시험 성적 분포 등 수능 분석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간담회가 평가원의 실수를 해명하는 자리로 변해버린 것이다. 성 평가원장은 “보안에 대해 일상적으로 평가원이 무디게 생각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 인식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원은 올해 성적을 수능 정보시스템에 탑재하던 중 일부 재수생들의 소스코드 접속으로 성적이 유출됐다고 해명했는데 이번 발표에서 매년 이와 같은 관리 부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염동호 평가원 평가관리부장은 “수능 성적을 관리하는 시스템 소스코드는 약간의 변경만 해서 수년 동안 사용해왔다”며 “기존에도 취약점은 있었다”고 밝혔다. 이전 수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성적이 유출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능 성적의 보안이 뚫린 것이 아니라 사실상 없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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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은 성적을 미리 확인한 312명에 대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책임회피에서 입장을 바꿨다. 이날 간담회에서 성 원장은 “이번 사건 발생의 원인은 평가원의 보안 관리 미숙에 있다”며 “특이사항이 없다면 312명에 대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날 사건 발생 직후에는 교육부와 함께 업무방해에 해당 된다는 판단이 들면 법리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 태세였지만 무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수능 성적 관리 소홀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평가원이 꼬리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능 난이도 실패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성 평가원장은 올해 성적 사전 유출에까지 휘말리자 책임을 지겠다면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성 평가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적으로 부담이 큰 수능이라는 시험에 조그만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성 평가원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로 시간이 약 1년 남았지만 이번 사태로 평가원에 대한 감사가 확실시되고 있어서 조기 사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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