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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센타’ 조은지, “블랙코미디 마음에 들어..짠한 공감대”

국도변 카센타 안주인으로 변신한 조은지

배우 조은지가 ‘잘 살고 싶다’는 소시민적 욕망으로 움직이는 인물 순영으로 돌아왔다. ‘카센타’ 안주인으로 돌아온 조은지는 전매특허 생활밀착형 연기로 부부 호흡을 맞춘 박용우와 폭발적 연기 시너지를 발산했다.

영화 ‘카센타’는 한 달에 20만 원도 못 버는 씁쓸한 모습의 카센타 사장 재구(박용우)와 1개에 5원짜리 인형 눈을 붙이며 TV 홈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했다 취소했다를 반복하는 재구의 부인 순영(조은지)을 통해 먹고살기 팍팍한 서민의 일상을 비춘다.


순영은 서울 유학파로 고향 사천에서는 옛날부터 예쁘기로 소문이 난 인물이지만 지금은 폐업 직전의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가난한 안주인 일 뿐. 어느 날 한밤중에 도로 위에 못을 뿌려 차량의 펑크를 유도하는 남편을 발견하고 놀라 남편을 말린다. 하지만 돈이 벌리기 시작하자 점점 죄책감을 잃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




“‘카센타’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밝힌 조은지는 먹고살기 위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순영을 연기하며 “욕망으로 인해서 캐릭터가 변해가는 과정이 끌렸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술술 읽혔다. 관객은 웃지만 사실은 슬픈 장면들이 많아서 짠한 공감대가 느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은지는 시나리오를 보니까 감독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이나 느낌을 중요시 하는 편인 조은지는 하윤재 감독을 만난 뒤 출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한 마디씩 던지셨을 때 그림이 명확히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이 10년간 준비했던 작품이다. 10년간 준비하셨던 작품이니까 더 그림이 명확하실거란 확신도 강하게 들었다.”

영화의 관전포인트는 두 인물이 소시민적 욕망으로 하나가 되었다가 또 다시 각자 다른 욕망과 생각으로 인생이 펼쳐지는 부분이다. 조은지는 “범죄를 선택해서라도 먹고 살고자 하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 그로 인해 작용하는 인간의 심리변화가 핵심 포인트이다”고 짚었다.





영화 속에선 순영의 “지렁이 하나 박아서 될 일이 아니야”라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조은지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사이자, 소화하기 힘들었던 대사이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집중을 요하는 감정씬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는게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이 영화의 주제를 얘기하려는 메시지이자 대사라고 말씀을 하셨고, 촬영을 계속해가면서 이 대사 굉장히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고 털어놨다.


욕망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부부의 모습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을 했느냐가 영화의 중요지점. 처음에 남편 재구의 범행에 우려를 나타냈던 순영은 돈의 맛을 알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 조은지는 “순영은 젊은 시절 그 시골에서 잘 나갔던 인물이다. 자신의 선택이 실패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변화하는 모습들이 명확했다. 돈이 생기면 더 윤택해지고 욕망이 쌓여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목표가 생기게 된다“고 인물의 변화 포인트와 이유에 대해 밝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재구와 순영의 격정적인 몸싸움 장면이다. 하윤재 감독은 “의도적으로 서로 거리를 두다가 한 번에 감정을 터트리는 쪽으로 촬영 방향을 잡았다. 박용우 배우와 조은지 배우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큰 사고도 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촬영 장면보다 모두의 집중력이 요했던 장면이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조은지는 “정말 어려운 장면이었다. 시나리오에는 기본적인 동선만 있었고 세부적 액션은 스스로 현장에서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번 NG가 나면 박용우 선배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들 껏 같아서 한번에 가고 싶었다. 마음껏 때려 달라고 해서 온 힘을 다해 때렸다”라고 격정적 몸싸움의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영화 ‘눈물’(2000)로 데뷔한 이후 ‘달콤, 살벌한 연인’(2006), ‘후궁: 제왕의 첩’(2012),’악녀‘(2017)와 ’살인소설‘(2017)등을 통해 다소 센 이미지를 각인시켜 온 조은지는 이전 작품들과 결을 달리하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하윤재 감독 역시 조은지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출연 제안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윤재 감독은 실은 7년 전쯤에 모 영화 개봉 파티에서 조은지 배우를 만난 뒤 멀리에서 유심히 지켜봤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감독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주는 어떤 고정화된 캐릭터 외에 여성스럽고 또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2시간 가까이 지켜보면서 작품을 하면 ‘저 배우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먹었다고 한 것.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겠구나’ 하고 생각한 부분이 있긴 했다. 저로서는 늘 그런 것 같다. ‘저런 모습이 있나? 새로운 모습이네?’하는, 그런 새로운 어떤 발견을 해줬으면 좋겠다. 캐릭터가 다 다르니까. 새롭게 발견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어느 작품이든 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 안에서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감정 다 표현하려고 한다.”

조은는 2014년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영화감독으로까지 데뷔하며 감독의 길 역시 함께 걷고 있다. 단편영화 ‘2박3일’을 통해선 제16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최근에 조은지는 ‘입술은 안돼요’로 장편 감독으로 데뷔할 예정.

그는 감독이 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 등 그림적으로 많이 배우게 된다. 관객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졌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배우 쪽에 더 애정을 보였다. 그는 “사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고 기다림이 클 순 있겠지만 배우 활동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나는 죽기 전까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트리플픽쳐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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