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전문가가 권리분석해 전국 법원에서 경매로 싸게 구입한 땅이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들어서면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인근에 K팝 전문 공연장도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어요. 몇 년 안에 땅이 개발되고 땅값이 크게 오를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A씨는 우리경매 계열 기획부동산의 광주지사 사무실에서 이 같은 설명을 듣고 서울 도봉구의 한 임야 지분 330㎡를 1,290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문화재보호구역·보전산지·비오톱1등급으로 지정된 북한산국립공원 부지였다. 고지대에 위치해 진입로도 확보되지 않았다. 업체가 호재로 언급한 K팝 전문 공연장은 창동역 주차장 부지에 들어서기로 한 ‘서울 아레나’로 추정된다. 서울경제가 분석한 결과 이 임야와는 거리가 직선으로 4㎞ 정도이며 그 사이에는 주거지와 산자락이 껴 있다.
광주지검은 이 토지 판매에 대해 사기라고 판단하고 지난 10월16일 우리경매의 황모 회장, 노모 총괄사장, 박모 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는 3일 서울경제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우리경매 경영진 3명의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들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본사·지사 간부급 직원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12월 이 업체 광주지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후 9개월간 수사를 벌인 결과다. 토지 지분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을 사기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11월30일자 1·21면 참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판매 토지와는 입지조건 등이 상이한 토지개발 사례를 언급하면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판매한 토지의 용도·입지조건을 봤을 때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봤다.
피해자들에게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판매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이 임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업체의 3.3㎡당 매입가는 2만5,737원인데 앞선 피해자에게는 12만9,000원에 팔았다. 즉 5배의 가격에 되판 것이다. “경매로 싸게 구입한 땅”이라는 업체의 설명도 거짓말이었다. 이 업체는 일가족 5명이 상속으로 분할해 보유하고 있던 땅을 사들였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보유한 지분 전체를 일괄처분하거나 분할등기할 계획·방편이 없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이 토지의 경우 이달 현재 지분공유자가 900여명에 달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공유지분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분권자의 과반이 동의해야 하고 토지분할을 하려면 전체 지분권자가 동의해야 하므로 각 지분권자의 재산권은 대폭 제약된다”며 “지분권자가 경매제도로 공유분 분할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토지가치가 4분의1가량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들이 지가 상승으로 인하여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팔당호에 인접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경기 광주의 임야, 남한산성도립공원인 경기 하남의 임야, 지하터널 개통이 예정된 경기 성남의 임야 등에 대해서도 사기 판매로 판단했다.
박 의원은 “개발이 제한된 땅의 지분을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매입가의 수배에 파는 기획부동산의 업태가 사기임이 이번 검찰 기소로 확인됐다”며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도 검찰·경찰이 수사에 나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