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필리버스터 대치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로써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까지 모두 본회의 상정 및 표결 요건을 갖추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 전날인 오는 9일을 내년도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자유한국당에 ‘3일까지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라’고 최후통첩했으나 제1야당인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정국은 여야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나경원 원내대표 재신임이 불발되며 새 원내사령탑이 들어서게 되는 만큼 한국당의 협상전략 변화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한국당은 응하기 바란다”면서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 이것이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철회가 없을 경우 ‘4+1’ 공조를 본격화해 한국당을 제외한 법안처리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압박을 가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장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이 준비되는 6∼9일 중 본회의를 열 방침이다.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우선 처리하고 일명 ‘살라미 전략’을 통한 쪼개기 임시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의 최후통첩에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서며 평행선을 달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은 5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며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원포인트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4+1’ 공조체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4+1’ 회동을 원내대표 간 협의체로 격상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4+1 체제의 결속력, 그리고 한국당 원내사령탑의 교체다. 우선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5당의 이견이 좁혀져야 공조체제 유지가 가능하다. 또 한국당 원내사령탑 교체로 협상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일단 10일까지는 나 원내대표 체제인 만큼 기존 일정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당이 기존 계획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10일 이후 임시회에서 선거법 등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그때 원내대표 경선 결과와 전반적 상황 등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및 여권 관계자들이 거론되는 각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