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한 스타트업 감동시킨 '컴업' 행사

이수민 성장기업부




“그날 갑자기 삼성전자 부사장이 저희 부스를 찾아오셔서 놀랐죠. 다음날 바로 실무 담당자가 연락을 해왔고 긍정적으로 협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인 저희는 해외 협력사와 주로 이야기를 해왔는데 이번 ‘컴업 2019(Come Up 2019)’를 통해 국내 대기업과도 접촉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마련돼 기쁩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사흘간 열렸던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19’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새롭게 연결된 사업 기회를 반겼다. 시곗줄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배터리’ 제품을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이 회사는 본행사가 열린 지난달 28일 DDP를 찾아온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과 잠깐이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

관련기사



탄탄한 거래처를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 그것은 이 땅의 많은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다. 하물며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그 목표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국내 대기업의 협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은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설령 대기업을 설득해 협력사 지위를 획득했더라도 ‘을’로서 후려쳐진 납품가를 감당해야 하거나 기술탈취를 당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부정적인 사례 역시 셀 수 없이 들어왔다. 이 때문에 기술창업에 뛰어든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자에게 “외국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은 후 역으로 국내에 진입하려 한다”는 일견 비효율적인 계획을 마치 업계 관행처럼 이야기하고는 했다.

이러한 시대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따지면 수천만 배는 족히 차이 날 두 회사의 대표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협력을 타진해보던 모습은 이번 축제가 선사한 기적 같은 우연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컴업이 ‘움트다’라는 단어 뜻처럼 한국 스타트업이 생명력을 발산해 전 세계로 싹을 퍼뜨려나갈 수 있는 든든한 땅이 돼주기 바란다.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