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중순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가문의 수장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을 만난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떠받치는 발렌베리그룹은 유럽에서도 최대 규모의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과 스웨덴 최대 그룹의 오너들이 만나 어떤 협력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때 발렌베리는 삼성의 지배구조 벤치마크 모델이기도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발렌베리 회장이 오는 18일 방한해 이 부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발렌베리 회장은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함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방한한다. 18일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경제인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이 열리며 이날 청와대 만찬도 예정돼 있다. 발렌베리 회장은 방한 기간 이 부회장과 따로 단독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5대 후계자인 발렌베리 회장과 15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로 개인적 친분도 두텁다.
발렌베리 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동해 한국을 찾는 만큼 두 기업 간 실질적인 협력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과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에릭손, 유럽 최대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중공업 업체 AAB, 항공방위산업체 사브 등 100여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발렌베리그룹은 삼성이 기업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곳이기도 하다. 2003년에는 이 부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렌베리그룹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활동 등을 연구했다.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 모토는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로 가족경영 체제에서도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기용하고 있다. 이밖에 연구개발(R&D) 투자, 교육 등 사회적으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힘쓰고 있다.
이 부회장도 기업 총수로서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경영에 활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초청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럭비월드컵을 참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