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A 수사관의 휴대폰 분석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는 앞서 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A 수사관의 휴대폰을 가져간 데 따른 대응조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데다 지난해 경찰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을 위해 ‘하명수사’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검경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A 수사관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초서의 한 관계자는 4일 “변사자의 명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변사자 휴대폰 소재지의 휴대폰,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첩보와 관련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2일 서초서 형사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폰을 포함한 유류품들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 경찰 관계자 2명의 참관을 허용했지만 압수수색 영장 없이 분석 내용까지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경찰은 검찰이 서초서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숨진 A 수사관의 휴대폰과 유서 내용에 뭔가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으니 검찰이 급히 숨기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망자의 유류품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는 일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이 경찰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검찰청사에 대해 다섯 차례 신청된 압수수색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단 한 차례도 허용되지 않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두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경찰이 영장을 또다시 신청한 것은 검찰에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종철 서초서장은 이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자신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검찰의 서초서 압수수색 배경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민·형사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자료 준비가 되는 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소송 제기를 그만두거나 중간에 취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압수수색 배경을 두고 윤 실장과 함께 근무했던 경찰 인사가 지휘하는 경찰서에 A 수사관 사망 수사를 맡길 수 없어 검찰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서장이 올 1월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돼 윤 실장과 일했기 때문에 경찰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친문(친문재인)’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는 수순일 수 있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한마디로 소설이고 황당한 억측”이라며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국정기획상황실 치안팀은 세간에서 제기하는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부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