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지역주택조합 난립하는데…지자체 '경고 현수막'이 전부

집값 들썩이자 허위·과장광고 기승

사업지연·투자금 손실 피해 잇따라

서울시 25개區 공동 대응 나섰지만

관련 법규 미비…단속·처벌 쉽잖아

규제강화 법안은 국회서 '차일피일'

광명시 소하동 구름산지구 일대에 광명시청이 붙인 ‘지역주택조합 유의’ 현수막.광명시 소하동 구름산지구 일대에 광명시청이 붙인 ‘지역주택조합 유의’ 현수막.



#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구름산 지구 일대에는 최근 광명시가 써 붙인 ‘지역주택조합 유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구름산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홍보물에 광명시 로고를 사용하고, 광명시가 주택조합에 인·허가를 처리해준 것처럼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를 광명시 사업으로 혼동한 이들의 민원이 쏟아졌고, 광명시는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러한 현수막을 걸게 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기 때문에 막상 단속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만으로는 명확한 주택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현수막을 통해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게 전부이다”고 전했다. 현재 이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무려 7~8곳에 달한다.





집값이 다시 들썩이면서 지역주택조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 년 간 기다려도 사업 진척이 없는 것은 물론 투자금을 날리는 피해도 비일비재하지만, 규제할만한 법이 마련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단속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급기야 올 상반기 서울 25개 구 구 구청장청들이 회의를 갖고 지역주택조합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 곳곳에서 불거지는 분쟁 =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잠잠하던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광주에서도 구름산 지구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조합원 모집에 나선 지역주택조합 2곳이 협의가 끝나지 않은 1군업체 시공을 확정적인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광산구와 동구에서 지역주택조합과 추진위원회가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포스코건설의 ‘더샵’이라는 아파트 상표를 걸어 포스코건설이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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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사모 1구역 뉴젠시티 지역주택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서희건설 본사를 찾아 수년 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290억원에 달하는 조합원 분담금이 공중 분해됐다며 책임지라고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청주지검도 이 사안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성동구도 관내에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고, 이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자 위험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다시 오르고, 청약 경쟁률이 상승하면서 지역주택조합이 전국적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관련된 분쟁도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서울 25개 대응 논의했지만 =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자체 등 일선 현장에서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올 상반기 서울 25개 구 구청장협의회가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막기 위해 토지 사용동의서를 면적의 50% 이상 받은 곳만 조합원 모집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규제 수위를 높이기로 한 바 있다.

실제 은평구에서는 지난 5월 이러한 자체 규정을 도입해 한 지역주택 조합의 모집 공고 신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결국 조합 측의 소 제기로 행정심판에서 패소했다. 현재로서는 지자체에서 규제할 근거 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는 있다. 그 결실로 지난달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한 달 이내 가입 취소와 주택조합 자금운용 계획 및 실적 제출 등의 내용이어서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역부족이다. 사업 초기부터 규제할 수 없어서다. 현재 박홍근 의원 발의로 토지사용동의를 50% 이상 받은 곳만 조합원 모집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개정이 더딘 상황이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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