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는 그간 퀄컴이 업체를 대상으로 도를 넘은 ‘갑질’을 펼친 만큼 이번 법원 판결을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극도로 삼갔다. 퀄컴이 과도한 특허 로열티를 챙기고 독점을 이어가며 다른 경쟁자 출현을 막는 반시장 행위를 펼쳐왔지만 당장 퀄컴의 칩 없이는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현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표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이번 판결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5세대(5G)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올해 퀄컴이 87.9%를 차지할 정도로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칩을 최신 기종 일부에 탑재하지만 여전히 미국 등 주요국 출시 제품에는 퀄컴의 칩을 상당량 쓴다. 일부 중저가 휴대폰 제조사가 다른 반도체 제품을 쓰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폰은 퀄컴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이날 판결이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 명목으로 챙기거나 휴대폰 제조사의 특허를 공짜로 가져다 쓰는 ‘크로스 그랜트’를 받은 부분에 대해 법원은 불균형한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휴대폰 가격에서 퀄컴이 떼 가는 실시료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인 셈이어서 소비자들의 휴대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퀄컴이 견고한 특허 성벽을 쌓아 다른 사업자들의 진입을 막은 것은 부당함이 인정됐지만 퀄컴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특허 보따리를 풀어도 어깨를 나란히 할 경쟁업체가 가까운 미래에 나타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의 특허를 이용해 경쟁 제품을 만들더라도 단기간 내에 성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통신 칩은 휴대폰의 절대적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퀄컴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퀄컴 측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퀄컴코리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의 의결이 사실관계 및 법리적 모든 측면에서 근거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적법절차에 관한 퀄컴의 기본적인 권리들을 부정한 심의 및 조사 결과”라고 주장했다. 퀄컴은 또 “공정위의 결정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법률 하에서 부여된 지식재산권에 대한 부적합한 규제를 추구함으로써 공정위 권한과 국제법의 원칙을 벗어났다는 입장”이라며 “이러한 점을 계속해서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