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미중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이끄는 유럽 안보의 근간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상 처음으로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도전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무역을 넘어 군사·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 하원이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된 중국 정부 관계자를 제재하는 내용의 ‘위구르법 2019’를 통과시키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며 반격을 예고했다.
로스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무역합의를 내년 미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은 그들(중국)이 자신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일부 레버리지(영향력)를 테이블에서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합의 성사 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내년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성과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중국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미 대선을 넘기면 중국의 레버리지가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로스 장관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합의가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한편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또 미중 무역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오는 15일로 예정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미국은 15일부터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예고해왔다.
미국은 자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토를 통해 군사 측면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나토 정상회의 후 회원국 지도자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4일 정상회의가 끝난 후 나토 29개국 지도자들은 성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증가는 동맹국들에 기회와 도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공격적 행동이 유로 대서양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3일 하원에서 ‘위구르법 2019(위구르 관여와 해외 인도주의적 통합 대응을 위한 법률 2019)’를 가결하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측면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찬성 407표 대 반대 1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된 이 법안은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 탄압에 관여한 중국 인사에 대한 비자 제한과 자산동결 제재 부과 등을 담았다. 법안은 상원 표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확정된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에서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렬한 분개와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형세 변화에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간 반응을 할 것”이라며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미국은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장비사용 금지를 신흥국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600억달러(약 71조4,800억원)의 예산을 활용해 신흥국의 비(非)중국 업체 통신장비 구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DFC는 미국 정부가 저소득 국가를 상대로 개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됐다. DFC는 화웨이의 유럽 경쟁사 등에 대한 신용 제공, 소규모 지분 매수 등을 통해 신흥국의 통신장비 구매 지원 프로그램에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은 화웨이 등의 통신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자국 기업은 물론 동맹국들을 상대로 이들의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