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방항공이 사상 최대 규모의 아리랑본드를 발행한다. 중국 기업들의 부실 우려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신용등급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의 적격기관투자가제도(QIB)를 활용해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채권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만기는 3년 단일물로 발행 금리는 2.4% 수준이다.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앞서 동방항공은 지난 2016년 1,750억원 규모의 아리랑본드를 중국 기업 최초로 발행했다. 아리랑본드란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화표시 채권을 가리킨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을 장려하고 나섰지만 중국 기업들의 부실 우려가 커 신용등급 부여가 어려운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ABCP가 부도나면서 국내 기관들의 투심이 얼어붙었다. 동방항공도 당초 자금조달 계획보다 발행 시기를 늦췄다.
동방항공은 이번 발행에서 공모 수요 확보가 어려울 것을 대비해 QIB제도를 이용했다. QIB는 외국기업이나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연기금, 공제회, 금융회사 등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적격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 매매하는 제도다. 사모처럼 장외 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증권신고서, 사업보고서 등의 공시의무도 완화된다. 일종의 준공모사채다.
발행 과정을 간소화해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투자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우려도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QIB채권을 발행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BBB 이하 투기등급”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아니라 투자 안정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