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험, 감원 칼바람...짐싸는 임원 배이상 늘어

[허리띠 졸라매는 금융사]

실적악화에 긴축경영 불가피

롯데손보 24명중 9명 물러나

한화 10명 해임...승진 4명 그쳐

“최근 일주일 사이 계약 연장을 못하고 짐을 싼 임원만 20~30명에 달합니다. 이번에는 임원이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칼끝이 일반 직원들을 향하지 않겠습니까.”(A생보사 임원)

실적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린 보험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의 조기 퇴진에 이어 사모펀드(PEF)를 새 주인으로 맞은 롯데손해보험, 올해 순익이 지난해의 20%에도 못 미치는 한화손해보험, 치솟는 손해율과 사업비 부담으로 고난의 행군 중인 현대해상까지 부진한 실적에 밀려 옷을 벗게 된 임원들이 예년의 2배가량 늘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엔 부진의 늪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임원 인사에 불어닥친 칼바람이 내년에 이어질 구조조정 한파의 전조로 보이는 이유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보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 총 24명의 임원 중 5명의 임원이 해임됐고 4명은 사임했다. 일부 임원들이 2개 이상의 보직을 겸임하는 식으로 3개 보직을 없애고 해임 및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는 6명만 채우기로 했다. 이미 외부에서 임원 2명을 포함해 장기총괄, 경영혁신실장 등 주요 포스트 4곳을 충원했고 2개 포스트는 역시 외부에서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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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는 지난 2일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10명의 임원을 해임했다. 통상 5명 정도가 계약만료로 자리를 비우면 5명의 승진 인사로 채웠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임원 승진도 4명에 그쳤다. 지원총괄·영업총괄 등 총괄체계를 없애고 6개 부문 30개 팀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면서다. 현대해상도 1일 인사에서 전무급을 중심으로 임원들이 대거 옷을 벗었다.

각각 생보 및 손보업계의 맏형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CEO 인사가 지연되면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미뤄지고 있지만 비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조직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양사는 내년도 역성장 폭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사업목표를 수립하면서 사업비 30% 이상, 임원 경비 50%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다.

2~3년 전부터 저금리·저출산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의 성장성과 수익성·건전성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생보 수입보험료 규모는 2.5% 줄어 3년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손보 역시 내년에는 제로성장이 점쳐진다. 업계가 일제히 긴축경영에 돌입한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자산을 팔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는 인력감축 말고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희망퇴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벼랑 끝에 몰린 지금으로서는 중소형사가 먼저 칼을 빼 들고 이후 대형사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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