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과 관련 된 서울시와 롯데의 7년 갈등에 대해 감사원이 롯데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롯데에 과도한 상생 요구를 하면서 행정 업무를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아 지자체 행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사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막고,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익 및 일자리 창출 기회도 빼앗았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5일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장기간 지체된 세부개발계획 결정 업무를 조속히 처리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보류하는 등 도시계획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먼저 조속한 개발 요구해놓고…
감사원은 지난 해 10월 29일부터 12월 28일까지 서울시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자체 주요정책·사업 추진상황에 대한 특별점검 및 감사를 실시해 징계요구 1건 등 총 12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감사 결과는 서울시와 롯데쇼핑이 7년째 싸우고 있는 서울 상암동 쇼핑몰 개발에 대한 내용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상암택지개발지구에 대형판매시설이 부족해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2011년 6월 상암택지개발지구 3개 필지(총면적 2만644㎡)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경쟁입찰을 통해 2013년 3월 롯데쇼핑을 낙찰자로 선정해 같은 해 4월 1,972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심지어 ‘3년 내 착공 및 6년 내 완공’하지 않을 경우 지연배상금을 물리겠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이에 롯데쇼핑은 같은 해 9월 세부개발계획안을 마련해 마포구에 제안했고 2015년 6월 마포구는 DMC 자문회의 및 서울시 의견을 반영한 세부개발계획 을 서울시에 승인 요청했다.
서울시의 조속한 개발 요구에 따라 서둘러 개발계획에 착수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개발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쪽은 서울시였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승인의 필수요건이 아닌데도 상생TF를 구성해 인근 전통시장과의 상생 ‘합의’를 추진하도록 롯데쇼핑 측에 요구했다.
그 결과 롯데쇼핑 측은 인근 시장 및 상점가 상인번영화 사무실 리모델링·개보수, 상인 휴식공간·문화공간 제공, 지역주민 우선 채용, 인근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지원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근 시장 17곳 중 1곳 반대하자 심사 또 보류
하지만 서울시는 인근 17개 전통시장 중 1곳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세부개발계획안 심의를 또 보류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2017년 4월 서울시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3월 법원은 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지난 해 8월 또 다시 ‘나머지 1개 시장과의 상생 합의 후 세부개발계획을 승인하라’고 지시하고, 서울시는 세부개발계획 결정을 거듭 보류했다.
이 과정에 상암동 주민들이 쇼핑몰 개발을 서둘러 달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감사원은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했다”며 “그 결과 행정의 신뢰성의 훼손되고, 롯데쇼핑의 재산권 행사가 6년간 제한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더해 감사원은 인근 주민들의 권익도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회도 상실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박 시장에게 주의를 요구하면서 “지자체의 자치법규에 의한 규제 및 공무원의 부작위 등으로 인한 행태규제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부작위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의 권익 침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한편,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