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시니어의 활약이 점차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고스펙을 지녔음에도 50~60대에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이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점점 나타나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지난해 7월 휴넷이 출시한 ‘탤런트뱅크’다. 이는 산업분야별 검증된 전문가를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연결해 필요한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재 매칭 서비스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재를 채용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모티브로 했다. 예를 들어 품질관리 전문가가 없는 중소기업이 생산설비 체계 구축을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만 한시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하는 형태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정규 채용하지 않고 필요한 시점에만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채용 및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채용으로 인한 높은 고정비나 홍보 및 검증 이슈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장점에 기업고객들의 재의뢰율이 60%가 넘는 등 만족도가 높은데, 실제로 한 기업은 1년 동안 해외영업, 경영컨설팅, 제품개발 등 6회 이상의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시니어 전문가 입장에서도 퇴직 후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A전문가는 1회 고객사 동행 미팅으로 시간당 10만원을 책정했으며, B전문가는 1개월 풀타임 근무 조건으로 월에 300만원을 받았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매년 30대 그룹에서 퇴직하는 임원급만 1,000명 이상으로, 50대로 아직 젊은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퇴직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며 “고급 인력에 대한 니즈가 있으나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중소기업에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매칭해 시니어 전문가의 사회 활동 지원과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탤런트뱅크의 시니어 전문가 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우선 중소기업 임원 또는 대기업 팀장 이상 등 전문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후 서류전형과 1대 1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는 기업에 종사한 경력이 너무 짧지는 않은지 등을 경력사항을 확인한다. 면접전형에서는 ‘은퇴한 경우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탤런트뱅크를 통해 어떤 일을 진행하고 싶은지’ 등을 포함해 기업이나 타인과의 협업이 가능한지 등의 인성을 확인한다. 중소기업 임원이나 대기업 팀장의 경력이 없더라도 한 직무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거나, 의사나 약사, 변호사, 작가, 컨설턴트 등과 같이 전문직종에 종사한 경우에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탤런트뱅크에는 이 같은 심사를 거친 경영전략 및 신사업, 영업 및 구매, 인사 및 노무, 마케팅, 정보통신(IT) 등 10개 분야 1,500여명의 전문가들이 등록돼 있다. 현재 선발된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세에 달한다. 탤런트뱅크 관계자는 “일주일에 평균 30명 이상의 면접이 진행될 정도로 시니어 전문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비용을 떠나 자신의 전문지식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며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프로필을 작성할 때 경력사항을 자세히 적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면 그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등록됐을 때 먼저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