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6일 일본 도쿄대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지혜를 모으고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한일이 공동으로 ‘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신뢰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SK그룹은 이날 일본 도쿄대에서 한일 지식인과 기업인 등 1,000여명이 참석한 ‘도쿄포럼 2019’를 개최했다. 도쿄포럼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설립한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올해 처음 ‘미래 설계(Shaping the Future)’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국제포럼이다. SK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자격으로 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개막연설에서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무기화되고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초국가적인 이슈 해결을 위해 아시아가 책임감과 비전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이어 “강력한 ‘아시아 리더십’을 이끌어내려면 우리는 진정한 공동체가 돼 서로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무역과 투자 협력 강화 △불필요한 역내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정책입안자들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 등을 제안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날 ‘한일 경제교류의 미래와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특별세션에서 ‘미래재단’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일이 공동으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 한편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할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래재단(퓨처 파운데이션)을 만들자”고 말했다.
SK그룹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도입한 ‘더블보텀라인(DBL)’ 경영 또한 소개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DBL 경영에 따라 지난해 280억달러의 세전이익을 내는 동시에 146억달러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최 회장은 독일 바스프, 글로벌 4대 컨설팅 법인,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비영리법인 ‘밸류밸런스얼라이언스(VBA)’를 만들어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래 세상의 비전과 기업의 역할’ 등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펼치기도 했다. 비즈니스 특별세션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한일경제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 회장이 토론을 벌였다. SK의 한 관계자는 “한일을 포함한 아시아 민간 영역의 각계 리더들이 도쿄포럼을 통해 공동 현안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공유하는 장을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SK가 후원하는 베이징포럼 등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 집단지성 네트워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