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사권 둘러싼 검경 갈등, 이게 나라인가

요즘 검찰과 경찰은 서로 “숨진 수사관의 휴대폰을 우리가 보관해야 한다”고 우기면서 싸우고 있다. 세계에서 휴대폰을 누가 조사할 것인지를 놓고 수사기관끼리 논쟁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불거지는 검경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풍경화다. 최근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은 검찰을 겨냥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으로 활동했던 검찰 수사관 A씨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기 직전인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의 휴대폰을 찾아냈다. 검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경찰로부터 A씨의 휴대폰을 받은 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넘겼다. 경찰은 대검에 보관된 A씨 휴대폰을 되찾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강력 반발해 6일 다시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을 상대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은 모순이고 코미디다. 한 법조인은 “경찰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배경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경찰은 선거개입 의혹에 휘말려 있으므로 검찰이 휴대폰을 관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찰이 기각될 줄 알면서도 영장을 재신청한 것은 여론전 측면이 강하다.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부각시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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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총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 핵심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인사권 행사로 겁을 주면서 검찰을 통제하고 견제하려는 발상을 접고 정치적 중립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검경의 진흙탕 싸움에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인사권을 가진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해 재발을 방지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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