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10월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격 퇴임을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입장문을 냈다. 현 정권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조 전 장관이 검찰의 일가족 수사로 물러나자 회한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이 말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에 조 전 장관 퇴임 후에도 그 신뢰가 유지되는 것인지, 다음 법무부 장관으론 누굴 지명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지난 5일 문 대통령은 다음 조합을 구성할 인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택했다. 5선 의원이며 당 대표를 지낸 중량감 큰 인사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무엇보다 그의 강단을 염두에 두고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자 발표에서 “국민 중심의 판결이란 철학을 지켜온 소신 강한 판사”로 소개했으며 그간 “강한 소신과 개혁성”을 보여줘 왔다며 ‘소신’이란 단어를 두 차례 언급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퇴임사에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검찰개혁)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멘트에 걸맞는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추 의원이 법무장관에 취임하면 검찰개혁을 이끌어갈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법무부에는 조 전 장관이 입안한 검찰개혁안을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다. 또 조 전 장관이 출범시킨 2기 법무검찰개혁위가 내놓는 권고들을 검찰개혁에 반영하는 것도 숙제다. 또 검·경수사권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지원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대해 추 의원이 정치력을 발휘해 원만하게 이끌어 갈 것이란 전망과 반발을 무릅쓰고 거침없이 개혁을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추 의원이 법무장관 자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 할 것이란 전망은 우세하다. 정권의 화두인 검찰개혁을 이끄는 자리기에 이곳에서 확실한 결과물을 내고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향후 서울시장이나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내정 소감 발표에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검사들에 대해 인사권·감찰권을 휘두르는 역할까지도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권 지지층들 사이에선 조 전 장관 수사는 물론이고 하명수사·감찰무마 수사도 의도가 불순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윤 총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수사라인을 교체해 힘을 빼고, 검사의 비위·문제가 포착되면 감찰로 엄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 의원이 검찰개혁을 사법부까지 포함한 사법개혁으로 확장할 지도 주목된다. 추 의원은 내정 소감 발표에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며 사법개혁을 먼저 언급했다. 고 대변인도 “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할 것이라며 검찰개혁보다 더 큰 아젠다인 사법개혁을 언급했다.
첫 법무장관이었던 박상기 전 장관은 이렇다 할 사법개혁 과제를 추진하지 않았으며, 조 전 장관도 사법개혁에 대한 별다른 의지를 표명한 적은 없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 의원이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판사 출신이기 때문에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이고 또 그러한 발언을 자주 한다”며 사법개혁도 손 댈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