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트럼프 재선'으로 번진 北美 기싸움...北 '대선에 악용' 비판 vs 트럼프 '재선에 악영향' 경고

美대선까지 겨냥한 北성명…트럼프 “金 선거개입 안원할것” 경고

北유엔대사 “비핵화, 협상테이블서 내려져…美 대화추구는 국내 정치 어젠다”

트럼프 “北 적대행동 땐 놀랄 것” 도발 가능성에 경고음…북미 기싸움 고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미 양측의 갈등이 급격하게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시 군사력 사용’ 발언에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며 북미가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의 미국 대선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기씨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대화가 내년 미국 대선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뉘앙스로 언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 대선 개입은 안 된다는 식으로 강하게 경고했다.


◇北, 북미회담 트럼프 재선에 악용 비판= 김 대사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대북 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게 제 생각”(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비핵화 협상 재개에 앞서 제재 해제나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으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대사의 성명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로서 북미대화를 편의주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여기서 ‘국내 정치적 어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행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 성과 없이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는 모양새만을 연출해 대선 전략에 활용하는 상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北도발 재선에 악영향 경고=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내년 대선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내가 다가올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두 차례나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도 없는 대선 문제를 왜 갑자기 꺼냈는지 알 수 없지만 김성 대사의 성명에 대한 일종의 반응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부분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대선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이자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북한의 ICBM 발사나 핵실험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성과라고 내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도 언급하며 북한의 도발이나 긴장 고조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일에는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북한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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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 역시 재차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의 재개와 함께 두 사람의 신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긍정적 메시지도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 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두 정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내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협상을 계속할 것”(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다”(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 등 협상 재개를 희망하는 유화적 발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북미가 좀처럼 협상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양측 간 줄다리기와 기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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