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자사주 소각·매입 소식이 이어지며 금융사의 주가가 강세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지 않은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선 금융사를 따라 주주 환원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며, 금융주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전거래일 대비 2.23%(1,050원) 오른 4만8,050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은 앞서 지난 6일 폐장 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230만3,617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은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여 개별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식이다. 국내 금융주 중 소각에 나선 것은 국내 은행 중 KB금융지주가 처음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각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국내 은행 가운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배당 외에 주주환원 정책 수단이 추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의 목표가 상향도 이어졌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KB금융의 목표가를 5만7,000원에서 6만1,500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5만3,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높였다.
앞서 4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사실을 공시한 JB금융지주도 이날 0.74%(40원) 오른 5,74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JB금융지주는 김 회장을 비롯해 권재중 부사장 등 지주사 경영진은 물론 다른 계열사 경영진까지 가세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추가로 총 약 26만주(13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자사주 소각을 앞둔 신한지주는 전일 대비 350원(0.8%) 오른 4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신한지주는 지난달 오렌지라이프 인수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40.85%)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약 9,584억원의 자금을 자사주와 신주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주 3,584억원 한도 내에서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몇몇 금융사의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이 다른 금융주로도 이어져 금융주 전반의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2.65%, 0.88%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금융주는 그간 탄탄한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주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금융주(KRX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6배로, 미국(1.55배)의 30%에 불과하고 대만(1배), 중국(0.82배), 유럽(0.71배)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진정한 주주 친화 정책의 시작점으로 은행주 전반에도 상당한 호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