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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손해율 급등 외면…인상률 발표 연기한 정부

공사보험정책협 어제 회의서

결론 못내고 "내년 중 재추진"

업계 "수개월 기다렸는데 허탈"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률 발표를 내년으로 미뤘다. 문재인 정부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의 이상론과 적자투성이인 보험 업계 실손보험의 현실론 사이에서 부처 간 교통정리가 안 돼 적정 보험료 산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로 급등해 당장 내년 1월부터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권고치 발표가 미뤄지자 정부의 무책임론이 불거지는 한편 적어도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대했던 보험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11일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보험료 조정을 내년 중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상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를 바탕으로 문케어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등을 따져 산정되는데 이 자료가 보험·의료계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는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뤄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 서비스 이용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며 “추산 결과를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조정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 업계는 실손보험 손실에 따른 보험사의 적자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입장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 가까이 치솟아 보험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21.2%였던 국내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6개월 만에 129.1%로 급등한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손해율은 최고치였던 2016년의 131.3%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7년 실손보험 손해액은 7조5,400억원이었지만 2018년 8조7,300억원으로 뛰었고 올 상반기에만 5조원을 넘어섰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손해를 안고 협의체가 열릴 때까지 수개월째 기다렸는데 권고치 발표가 미뤄져 허탈하다”며 “내년 1월 보험료 인상이 시급한 상황인데 권고안도 없어 치솟는 손해율을 끌어안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두자릿수 인상률을 넘어 20%까지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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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가 문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 반사이익에 대한 당위성을 풀어내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의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차 반사이익 산출 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항목의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 효과는 0.6%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의체 회의가 수개월째 미뤄진 이유가 문케어가 보험료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관계부처에서도 실손보험 관련 유의미한 수치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협의체는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 등 실손의료보험 구조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과잉진료와 소비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완화해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비급여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급여에 대한 적정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고민과 해결 노력이 없으면 실손보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고 건강보험도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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