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사라져가는 '알 권리'

이희조 사회부 기자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을 시행한 지 열흘 남짓 지났다. 이번 훈령은 2009년 마련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강화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모든 형사사건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문화되다시피 한 피의사실 공표죄가 되살아나면서 검찰도, 경찰도 입을 닫게 됐다.


3일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이 연 출입기자들과의 상견례도 ‘깜깜이’ 그 자체였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동부지검은 상견례 전날 이 사건 공개에 관한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없었다. 심의위에서 결정된 사건 공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심의위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발탁됐는지 등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와 ‘알려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이 사건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대응에 원성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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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이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관행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훈령을 내놓은 것은 유감이다. 피의자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중대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미국 검찰은 널리 알려진 사건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언론에 수사 상황을 알려준다. 영국과 프랑스 등도 피의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검찰은 자체 개혁방안으로 ‘전문공보관’ 제도를 도입했다. 수사와 공보를 분리해 보안을 강화하면서 알 권리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공보’는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해 널리 알린다는 의미다. 선택적으로 알리거나 아예 알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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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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