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14일 새벽에 앞서거니뒤서거니…미중, 각자 '1단계 무역합의안' 발표

美"추가관세 취소·일부 15% 관세 절반으로" VS 中“농산물 구매 확대”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14일 0시(한국시각) 베이징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14일 0시(한국시각) 베이징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년 가까이 무역전쟁을 진행하던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하고 일단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14일(한국시간) 각각 발표했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관세율을 낮추는 내용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3월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을 발동한 지 약 21개월 만에 일단 ‘포성’이 멈춘 셈이다.

앞서 전일 미국측 언론에서 제기되던 무역합의에 대해 중국측이 먼저 공식화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외교부·상무부·농업농촌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현지시간으로 13일 밤 11시(한국시각 14일 0시)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합의를 공개했다.


이날 중국 당국은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을 내놓고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아래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합의문은 서언·지식재산권·기술이전·식품 및 농산품·금융 서비스·환율 및 투명성·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 목차만 보면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제도·관행’을 고치겠다고 발동한 무역전쟁의 이슈가 모두 망라돼 있지만 실제 실행계획은 제한됐다.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가중 관세를 취소하는 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당초 15일 계획했던 대중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중국도 이에 대응한 대미 추가관세를 철회했다. 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상당히(significantly)’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2단계 무역협상은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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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측의 발표 직후 직접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를 했다”면서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더 많은 ‘플러스(plus)’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15일 부과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나머지(1,2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7.5%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 합의”라면서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미 무역대표부(USTR)도 1단계 합의를 확인했다. USTR은 1단계 합의는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인 추가 구매 약속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강요, 농업, 금융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분야에서의 중국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중국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은 내용이다.

한편 미중의 이날 합의발표에도 불구하고 각자 발표에는 온도 차가 있어 주목된다. 중국의 정확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가 애매한 채로 남아있고 또 미국의 대중 관세 문제 해소 규모와 시기를 두고 미중 간 이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최종 합의는 향후 서명 절차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중이 간신히 1단계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미국이 무역전쟁을 발동 근본 이유인 중국의 ‘불공정 제도·관행’의 해소에는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쟁점들이 남아있어 2단계 이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뉴욕=김영필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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