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엿새 만에 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하자 미국 언론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잇따라 시험이 이뤄지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이 2번째 ’중대한 시험‘을 핵무기 프로그램과 연계시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대북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시험이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번 시험이 비건 지명자가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설정한 12월 31일 시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에 이뤄졌다면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추가 협상 및 새로운 양보를 압박하는 가운데 6일 사이 두차례에 걸쳐 이러한 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자신들의 ‘우주 프로그램’이 평화로운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 이는 ICBM 기술을 확립하고 시험하기 위한 위장술이라는 게 미국과 그 동맹 들의 판단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동창리에서의 활동 재개에 대해 미국과 한국, 일본의 당국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성을 탑재한 또 다른 장거리 로켓 발사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준비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북한이 위성 발사나 ICBM 시험 발사로 ‘회귀’한다면 이는 북한의 핵실험·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주요 치적으로 여겨온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하며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일주일도 안 돼 두 번째 시험을 했다면서 7분간 시험이 진행됐다는 북한의 발표가 이번 시험이 지난 7일 때와 유사한 ‘로켓 엔진 시험’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특히 북한이 이번 시험과 핵무기 능력을 연계한 것을 두고 “북한이 연말 시한까지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핵무기 및 ICBM 시험 발사 중단 약속을 어길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또 하나의 레토릭(수사) 격화”라며 풀이했다.
미국 과학자연맹의 안킷 판다 선임 연구원은 WP에 이번 시험은 표면적으로는 덜 도발적으로 보이는 우주 발사체 발사와 매우 도발적인 ICBM 발사 가운데 후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추가적 증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