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명예회장은 특히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생전에 명예롭게 은퇴해 경영권 승계의 모범을 보인 ‘참경영인’이기도 했다.
15일 LG에 따르면 LG그룹 2대 회장으로 지난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구 명예회장이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관련기사 4·5면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 명예회장은 1969년 구인회 창업 회장의 별세에 따라 1970년 LG그룹 회장에 올랐다. 회장 재임 기간 ‘기술입국’의 일념으로 19인치 컬러TV, 공랭식 에어컨, 전자식 VCR, 슬림형 냉장고 등 국내 최초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우리나라 전자·화학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70세이던 1995년에는 ‘21세기를 위해서는 젊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넘겨줬다. 국내 재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무고(無故) 승계’였으며 세대교체의 귀감으로 큰 울림을 던졌다.
그룹 회장으로 있으면서 ‘자율경영 체제’와 ‘고객중심 경영’을 선도적으로 주창해 선진 기업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인재 육성 등 공익사업에 전념했고 버섯 연구에 몰두하는 등 자연인으로서 소탈한 삶을 살았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고인은 화장 후 안치될 예정이며 가족장임을 고려해 장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지난해 타계한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고문,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