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印尼 가는 현대차, 모비스 없이 현지업체와 달린다

대규모 투자 리스크 줄이고

원가 절감·현지화에 총력

다른 계열사도 동행 않기로

업계 "선단식 진출 바뀌나" 촉각



연내 착공하는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에 핵심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동반 진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해외 투자에 동행하지 않는 것은 현대차가 해외생산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지 부품업체들을 활용해 원가절감과 현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첫 번째 이유지만 현대차그룹의 선단식 해외 동반 진출 방식이 의미를 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연내 착공하는 동남아시아 최초 완성차 공장에 현대모비스의 모듈을 납품받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현대모비스 또한 모듈 공장을 현지에 세우지 않는다. 모듈이란 수백·수천여개의 자동차 부품을 합쳐 조립하기 쉽게 만든 부품들의 덩어리다. 현대차는 2000년대 중국 현지 공장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해외 사업에서 항상 현대모비스와 함께 진출해 모듈을 납품받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해외 진출을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모비스와 동반 진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즉 현대차의 이번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에서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한국 부품의 비중이 최소화된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다른 그룹 계열사도 현대차의 인도네시아행에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독자 진출하기로 한 것은 우선 현지화와 원가절감을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내 부품업체와 자동차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철저한 현지화를 이루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는 최근 고전하는 중국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국 현지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현대모비스 등 한국산 부품을 주로 사용하면 단가가 올라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 같은 ‘중국 학습효과’ 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부터 현지 업체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네시아 현지에도 일본 완성차 업계가 진출한 기반이 있어 부품업체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며 “(현대모비스 제외는) 현지화와 원가절감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세안 전략모델 개발과 현지 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지 부품사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며 “현대모비스는 초기에 동반 진출하지 않지만 시장의 상황에 따라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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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시장의 특수성도 현대차가 독자 진출을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특수한 곳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벌이기에는 실패 위험도 없지 않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밋빛 미래만 그리기에는 일본차라는 강적이 버티고 있는 곳이 인도네시아”라며 “현대차그룹이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현지화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선단식’ 해외 진출 방식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북미 등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국 부품사들과 동반 진출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현대차 또한 해외 생산을 적극 추진하면서 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사와 함께 진출하는 전략을 썼고 이를 통해 품질이 보장된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공유차·친환경차로 옮겨가는 시기에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완성차 공장 진출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각 계열사의 ‘각자도생’이 강화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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