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실험 기반 접근법으로 개발경제학을 재정립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와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 세 명에게 돌아갔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작은 ‘경제적 스위치’가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무작위 대조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우리 사회의 전체 부(富)를 더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놓치지 않도록 고민하고 노력한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개발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은 사회 전체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비합리적이며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는 편견은 빈곤 해결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훨씬 더 신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적절한 인센티브와 제도 정비와 같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 이들을 사회 속으로 이끌어야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은 기술혁신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제시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가 수상했는데 기술 진보를 기존의 경제모형에 도입해 기존 이론으로는 밝힐 수 없었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했다. 신흥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투입하면 성장이 빨리 나타나지만 이후의 단계에서는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술 진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와 지난해의 노벨 경제학상은 최근 국내외 경제의 주요 이슈와 관련해 시사하는 점이 있다.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 패권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더 나아가 보조금 지급 등 산업 정책에 따른 중국의 양보를 받아낼 때까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부부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 조건과 그들의 요구를 깊이 들여다보는 공감이 필요하며 제도를 설계할 때도 배려심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며 빈곤 퇴치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양극화 심화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이 기울여질 것으로 보인다. 포용적 번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