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하고 투명하게 법을 진행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지만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화합에 나서겠습니다.”
박성진(56·사법연수원 24기)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춘천지검장)은 지난 7월 부임하자마자 춘천지검과 관할 지청에 소속된 검찰시민위원회부터 찾았다. 검찰 수사의 투명성과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첫 혁신과제로 검찰시민위원회 개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박 지검장은 16일 서울경제와 만나 “검찰시민위원회는 선진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지만 기존에는 시간적인 제약 등 여러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현재 춘천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은 서로 사건에 대한 깊은 논의와 토론을 거친 뒤 담당 검사에게 기소 여부 등을 통보하는데 대부분이 검찰의 결정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법리 판단이 수준이 높아졌다”고 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이 형사 처분를 내리기 전에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검찰판 배심원’ 제도다. 검찰의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 검찰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검찰청에 도입했다.
박 지검장은 22명이었던 검찰시민위원회에 13명의 위원을 추가해 35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기존 월 2회 개최하던 심의회의를 월 3회로 늘리고 지역민의 생생한 의견을 듣기 위해 다문화가정, 장애인, 여성으로 위원 구성도 다양화하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덕분에 지금은 전국 지방청 가운데 가장 활성화되고 모범적인 검찰시민위원회로 평가받는 성과를 거뒀다.
형사조정위원회 강화도 박 지검장의 공을 들인 분야다. 형사조정위원회는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을 통해 사건을 조정하는 제도다. 박 지검장은 기존 21명이었던 형사조정위원회 위원을 확대해 전문성을 갖춘 노무사와 손해사정사 등 9명의 위원을 추가로 위촉했다. 교통이 열악한 인제군에는 형사조정 출장소까지 설치했다. 그 결과 전국 형사조정 실적에서 춘천지검이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박 지검장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가족 같은 이웃이었다가도 경미한 사건으로 소송전 끝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 형사조정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외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춘천지방법원과는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초청해 각종 법률지식을 친근하게 알리는 법률학교도 개최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춘천지검 청사에 교통약자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장애인 경사로와 휠체어 호출벨을 설치한 것은 박 지검장이 가장 뿌듯해하는 성과 중 하나다.
검찰개혁에 대해 박 지검장은 공정한 법 집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검찰권 행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사건 당사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되 그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법부에서 강조하는 ‘회복적 사법’에 검찰도 주안점을 둬야 할 때가 됐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지검장은 검경수사권 이슈에 대해 국회의 입장을 존중해 따르면 되지만 마약수사에 초래될 수사공백을 주목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수사체계는 검찰과 경찰, 관세청, 식약처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있는데 차라리 검경수사권 조정에 맞춰 미국의 마약단속국(DEA)처럼 마약과 관련된 수사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럴타워를 도입하고 국가 차원에서 마약치료 전문병원도 서둘러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1963년 부산 △1983년 부산동성고 △1992년 한양대 법학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1995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 △2010년 대검 마약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2016년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2017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2018년 부산고검 차장검사 △2019년 춘천지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