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하지만 북미 대치 속 북한이 중시하는 ‘특별한 날’을 맞았음에도 김 위원장은 별도 대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측과 회동을 기대하며 지난 15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북미협상팀 일원은 이날 오후 ‘빈손’으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
北 매체, ‘자력부흥·자력번영’ 강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함께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으셨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입상 앞에서 “경의를 표시”했다. 또 김 위원장 본인 명의의 꽃바구니를 진정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등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간부들도 김 위원장과 함께 참배했다.
중앙통신은 참가자들이 “존엄 높은 우리 국가의 강대한 힘을 세계만방에 떨치시며 이 땅 위에 자력부흥, 자력번영의 장엄한 새 시대를 펼쳐가시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혁명의 지휘성원으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나갈 불타는 결의를 다지었다”고 전했다.
비건 “크리스마스엔 평화” 외쳤지만 北 묵묵부답
하지만 특별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간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주장해온 협상 시한 ‘연말’이 됐음에도 진전 없는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담은 담화 등을 내지 않은 채 대체적으로 조용히 김정일 위원장의 기일을 보냈다. 특히 비건 대표가 전일 공개적 메시지를 통해 판문점 등을 통한 북미 직접 접촉을 제의했지만 이에 대한 응답도 드러난 게 없었다.
비건 대표는 전일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지금 여기에 와 있다. 이제 우리 할 일을 하자”며 북측 카운터파트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또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나를 포함해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날”이라며 “이 기간이 평화로운 날들로 인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즐거운 연말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북한이 무력도발을 시도해서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외교와 대화를 통한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일본으로 이동해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 만난 뒤 19일께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