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면서 카드 모집인 수가 1만명선도 위태로운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모집인 대신 온라인 발급 채널을 늘리고 대면 영업을 통한 모집도 계열사 은행 창구나 제휴 업체를 활용하고 있어서다. 온라인을 통한 카드 신규발급 비중은 반년 만에 40% 넘게 급증한 반면 카드 모집인은 올 한 해에도 1,0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올 초부터 신용카드 모집인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해 지난 11월 말 현재 신세계 제휴 카드 전용 모집인 50여명을 제외하고 모집인을 두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제휴업체인 신세계백화점 내부에서 영업하는 모집인만 남기고 자체적으로 운용하던 카드 모집인은 모두 줄였다”며 “앞으로도 모집인은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카드 역시 수년 안에 모집인 채널을 아예 없앤다는 계획에 따라 카드 모집인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해 충원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2014년 말 400~500명 수준이었던 하나카드의 모집인은 현재 100명 남짓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자연 감소하는 카드 모집인을 충원하지 않고 가면 몇 년 내 모두 정리될 것으로 본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발급이 늘고 있는데다 부족한 대면 영업은 은행 창구를 통해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모집인 감축은 업계의 전반적인 추세다. 11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1만1,499명으로 지난해 말(1만2,607명)보다 8.8%(1,108명) 감소했다. 2016년 말(2만2,872명)에 비하면 불과 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카드 모집인 수는 내년이면 1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카드사의 비용 절감 자구책과 모집 채널 다양화에 따른 결과다. 개인사업자인 카드 모집인은 카드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신규 카드를 발급할 때마다 수당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자다. 이때 카드사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한 장당 15만원 안팎이다. 반면 소비자가 온라인 신청을 통해 직접 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연회비의 100%로 제한돼 있어 모집 비용이 최대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를 보전해야 할 카드사로서는 온라인 발급 채널을 확대할 유인이 큰 셈이다.
실제 7개 카드사의 모집 경로별 신용카드 신규발급 비중을 보면 온라인 채널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5·2016년만 해도 9~10%에 불과했던 온라인 발급 비중은 지난해 20.1%로 오른 뒤 올 상반기 28.9%로 훌쩍 늘어 반년 만에 44% 급증했다. 주요 대면 채널인 은행 창구를 활용할 수 없는 비은행계 카드사 중에는 이미 온라인 발급 비중이 50%에 달하는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유치 채널이 비대면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데다 카드 모집인은 대면 방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비용 채널”이라며 “업계 환경이 악화하면서 모집인들이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