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구 소득은 2.1% 증가한 반면 세금과 각종 사회 보험료 등을 포함하는 비(非)소비지출은 6.2%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처분소득은 1.2%만 소폭 상승했는데 세금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한층 팍팍해졌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도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828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098만원으로 전년보다 6.2% 늘었다. 비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세금(32.2%)이었다. 국내 가구가 지난해 납부한 세금은 연평균 354만원으로 2017년보다 3.3% 늘었다. 소득 증가율보다 세금 증가율이 1.2%포인트 높았던 셈이다. 비소비지출 중 세금 다음으로 많은 것은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료(30.8%)로 지난해 기준 338만원이었다. 2017년 322만원에 비해 5.0% 증가해 이 역시 소득 증가율보다 한참 높았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4,671만원에서 지난해 4,729만원으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가구 소득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정부가 복지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경우 공적 이전소득이 11.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이전소득은 기초연금과 근로장려금 등과 같은 정부의 복지 지원금을 의미한다. 반면 1분위 계층이 직접 일을 해서 번 근로소득은 8.0%나 감소했다. 장기화하는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5.3%나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사업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인 5분위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11.7%나 줄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분배 지표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소득 5분위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을 1분위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으로 나눈 것) 기준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전년 대비 0.42배포인트 감소했다. 상대적 빈곤율도 16.7%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줄었으며 지니계수 역시 0.345로 0.052 감소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