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저효과에도 2%안팎 '저성장 늪' 빠질 듯...'L자형 침체' 굳어지나

[대예측 격동의 2020]

<1> 경제분야-성장률·물가

모건스탠리 등은 1%대 하향 전망

美·中 무역갈등 1단계 합의했지만

대외 여건 불확실...수출 낙관 못해

물가상승률은 내년에도 1% 그쳐

1915A04 내년 성장률1915A04 내년 성장률



내년 경제성장률은 낙관적으로 봐도 2%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소폭 반등의 조짐은 보이겠지만 이는 올해의 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본다.

내년 성장률 2% 전후... L자형 굳어질 수도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외 부정적인 환경 속에 내년에도 성장세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성장률의 회복 가능성은 미중 간 무역협상 타결과 수출 회복 등에 달려 있으나 긍정적인 여건이 만들어져도 2.0%를 소폭 웃도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놨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10월 1.9%로 1%대 성장을 언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HSBC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에는 한국투자증권이 ‘2020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설비·건설투자 감소 폭이 소폭 완화되고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외교역 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소득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민간소비는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과 관련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이 부진했던 탓에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소폭 개선되겠지만 수출 등 경기 흐름이 올해보다 더 부진해 기저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과 설비투자 경기가 개선되고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정책이 내년 하반기 회복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며 U자형보다는 완만한 L자형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도 “내년에도 여전히 대외여건이 어떻게 변할지 확정된 게 없어 기업들이 수출이나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주로 재정 일자리에 의존한 ‘성장 없는 고용’이 이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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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대외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갑자기 경제가 흔들리는 극단위험 우려도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교역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므로 기업이익은 하방 경직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1.0%...G2 갈등에 수출전선 불안



내년에도 저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0.4%에 이어 내년에는 1.0%, 오는 2021년에는 1.3%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도 경기 부진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이 약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가 이어져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농·축·수산물 가격과 석유 가격 하락으로 비롯된 공급 측 물가 하방압력이 올해보다는 완화한다는 분석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 중 0.7%, 2021년에는 1.1%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에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복지 확대 등 정책적 요인에도 기조적 물가 흐름은 1%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물가 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지속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여전하다는 점도 내년 경제성장에 있어 악재다. 특히 각국의 일방적 무역 조치에 제동을 걸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분쟁 해결 기능마저 이달 들어 마비된 상태다. 분쟁 해결의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임기 만료 위원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다. 이처럼 WTO가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미국 등 강대국이 양자협상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무역제재 조치를 남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WTO를 통해 중국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며 “향후 WTO에서 새로운 다자협상은 고사하고 무역마찰조차 중재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세종 =백주연·김우보기자 nice89@sedaily.com

백주연·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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