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와 손을 잡고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중국 반도체 설계업체 공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대형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의 14나노 공정 기반 인공지능(AI) 칩 ‘쿤룬(KUNLUN)’을 내년 초 양산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와 바이두의 첫 파운드리 협력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에지컴퓨팅 등에 활용될 수 있는 AI 칩까지 파운드리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이번에 양사가 개발·생산하는 바이두의 ‘쿤룬(818-300, 818-100)’은 클라우드부터 에지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의 AI에 활용될 수 있는 AI 칩이다. 바이두의 자체 아키텍처 ‘XPU’와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 I-Cube(Interposer-Cube)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고성능을 구현한 제품이다.
이상현 삼성전자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상무는 “모바일 제품을 시작으로 이번에 HPC 분야까지 파운드리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며 “향후에도 에코시스템을 통한 설계 지원, 나노 미세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종합 파운드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삼성전자가 바이두 같은 대형 중국 업체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들은 전통적으로 대만의 TSMC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4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2.7%로 1위를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크게 뒤진 17.8%로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가 중국의 대형 IT 기업인 바이두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따내면서 향후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