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마카오 금융허브로 육성…中 '일국양제 모범생'에 선물 주나

시진핑, 반환 20주년 맞아 방문

"그동안 거둔 성과 자랑스러워"

증권거래소 개설 허용해줄 듯

현실화 땐 홍콩에 타격 불가피

中의존·카지노 위주 경제구조 등

금융업 키울 체질 개선은 숙제로

홍콩 민주화시위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이 마카오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모범생으로 치켜세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일 주권 반환 20주년을 맞은 마카오를 방문하면서 마카오를 ‘금융허브’로 육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 오후 마카오공항에 도착해 “마카오 반환 이후 20년간 거둔 성과와 진보는 자랑스러운 것”이라며 “이는 철저하게 일국양제 방침을 관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카오의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모두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며 “이번 방문 일정에서 마카오 각계 인사와 함께 공통 관심사에 대해 많은 교류를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일까지 마카오에 머물며 반환 20주년 경축행사 및 마카오 특별행정구 제5기 정부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외신들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 기간 일국양제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마카오에 증권거래소 신설, 위안화 거래센터 설립 등 마카오를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선물 보따리를 안길 것이라고 전했다. 마카오 정부도 증권거래소 개설을 중국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남부에서는 이미 광둥성 선전과 홍콩에 증시가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마카오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마카오에 실제로 증권시장이 열린다면 중화권의 금융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홍콩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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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마카오 금융허브 구상이 앞서 6개월 이상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홍콩에 휩쓸리지 않은 보상이자 홍콩의 기능을 분산해 그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했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기존 카지노 기반의 마카오 경제를 금융 등 다양한 방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 13일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거둔 뒤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12일 베이징에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안정 속의 성장’이라는 내년도 경제목표를 확정했다. 이어 17일 마카오 인근 하이난성 싼야에서 진행된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취역식에 참석해 ‘강군몽’을 부르짖었다. 여기에다 20일 마카오 반환 20주년을 맞아 중국의 홍콩·대만에 대한 통일전선전술이기도 한 일국양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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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권 반환 이후 마카오는 중국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급속히 발전했다.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 61억달러에서 지난해 545억달러로 9배 이상 늘었다. 마카오 전체 경제에서 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카지노 기반 관광산업 이용자의 70%는 중국인이다. 중국인들이 물 쓰듯이 쓰는 차이나머니가 마카오 경제를 지탱해온 셈이다. 이는 중국이 요구한 대로 마카오가 홍콩식 민주화 요구 없이 공산당 통치 시스템하에서 경제성장에만 몰두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다소 잦아들고 있다. 16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마카오 신용등급을 기존의 ‘AA’로 유지하면서도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마카오가 중국 본토와 경제·사회·정치적으로 긴밀해지면서 ‘중국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함께 베트남 등 인근 국가의 카지노 산업이 성장하는 것도 마카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3·4분기까지 마카오 GDP는 전년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마카오가 중국의 모범생으로 계속 남으려면 산업구조 변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마카오에서 금융산업을 키우려 해도 이미 카지노 위주로 짜인 시스템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톰 찬 홍콩증권거래중개인협회 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마카오에서는 증권거래의 중심지가 될 장점을 별로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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