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인 박영선, 장관 박영선

박호현 성장기업부

박호현 성장기업부 기자



5일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송년의 밤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팬클럽’ 무대였다. 박 장관이 입장할 때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의 울타리 박영선 장관님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는 카드섹션을 들어 보이며 반겼다. 박 장관이 퇴장할 때는 여러 소상공인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기념촬영을 부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미용 관련 상공인부터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까지 몰려 박 장관과의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50대의 한 상공인은 옆에 있는 지인에게 속삭이며 “(앞선 사람이) 촬영을 끝내면 다음에 내가 (장관한테) 말을 걸 테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장관은 이날 단상서 50m도 안되는 출입문까지 걸어가는 데 10여분을 훌쩍 넘겨야 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코리아벤처 투자 서밋에서는 정반대 모습이 연출됐다. 벤처캐피털(VC)이나 유망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박 장관에 열광하는 팬클럽 분위기는 없었다. 박 장관이 연설을 마치자 박수가 나왔고, 퇴장할 때는 주변의 주요 참석 인사들과 악수만 나눴을 뿐이다.


박 장관이 장소에 따라 톤이 다른 반응이 나온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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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의 정치 이력을 쌓아온 박 장관이 국무위원을 넘어 팬클럽 분위기를 낼 정도로 대중적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어려움이 배가 되는 자영업자에게 정치인 장관이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박 장관에 대한 ‘환호’로 이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반면 VC나 스타트업이 많이 참석한 코리아벤처 투자 서밋에서 박 장관은 인사말을 하는 장관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VC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경력이 없는 박 장관에 대해 별 기대감 없이 바라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는 박 장관으로서는 억울한 얘기일 수 있겠다. 어쩌면 최근의 ‘타다’ 불법 논란과 같은 이슈에서 박 장관이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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