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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의약품, 국제 기준의 중심에 서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지난 5월 한국 영화계에는 경사가 있었다. 우리영화 ‘기생충’이 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1919년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후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열심히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부단히 노력했던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성과다.

영화 뿐 아니다. 어느 분야든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지난한 시간과 혼신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같은 달 5월 브뤼셀에서 전해온 낭보를 우리 제약계에서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원료의약품의 EU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되며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쾌거를 이루어 낸 것이다. 글로벌 시장과 어깨를 견주는 제약강국으로 인정받은 이면에는 수많은 땀과 열정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9년 국산신약 1호 선플라주가 탄생하고 2003년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받은 후 식약처는 세계무대에 우리 약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2014년 마침내 가입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하며 우리 의약품 규제가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인정받았다. PIC/S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실사의 국제조화를 주도하는 국제 협의체로 식약처의 PIC/S 가입은 국제 신인도 상승과 안전관리 강화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국제 의약품 규제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해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관리체계를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두 국제기구의 가입을 기폭제로 우리나라 의약품 분야의 국제상호협력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WHO 적격성 평가(PQ) 인증을 받아 국내 백신 제품에 대한 WHO의 실태조사가 면제됐다. 게다가 올해는 한-싱가포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EU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되는 등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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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제협력 사업으로 구축된 의약선진국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식약처는 이달 18일 우리나라 의약품 분야 최초로 스위스와 상호신뢰 협정을 정식 체결했다. 스위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A7 국가로 국내신약 약가 결정 또는 약가재평가를 할 때 참고하는 제약 선진국이다. 양 국간 상호협정에 따라 우리 의약품을 스위스로 수출할 때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GMP) 평가를 GMP 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제약기업들이 스위스에 진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EU와 미국 FDA가 GMP 상호인정을 체결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스위스와의 상호 신뢰 협정에 이어 이달 19일과 20일 식약처는 유럽의약품품질위원회(EDQM),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과 기밀정보 협약을 체결했다. 유럽에서 의약품 위해정보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신속하게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작년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우려물질이 검출된 상황과 같이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조기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식약처는 국제적 수준의 의약품 품질 및 규제 안전관리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해 갈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세안 국가 및 한중일 국가와 국제회의체 활동, PIC/S, ICH 등 선진 국제기구의 정기회의 유치 등 선도적인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며 향후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선정했다. 식약처와 국내 제약업계의 꾸준한 노력이 국산 의약품 수출증대 및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서 우리 의약품이 세계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되길 기대해본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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