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비례한국당' 수면위로..선거법 협상 판 흔드나

지도부 '연동형' 맞서 공론화

위성정당 득표율 30% 흡수땐

원내 1당 가능성도 배제 못해

與 "알고도 당할판" 전략 고심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카드를 공론화하며 선거법 협상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전문 위성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끌어모을 경우, 4+1 협의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뜻보다는 4+1 차원의 협상을 깨고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술 차원에서 내놓은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각 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져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당은 안 그래도 야 3당의 석패율제 도입 요구로 골머리를 앓던 판에 한국당이 설마 했던 ‘비례한국당’ 카드까지 꺼내 들자 더 깊은 고심에 빠져든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는 20일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발언을 전날에 이어 연달아 쏟아내는 등 ‘해볼 테면 해 봐라’ 식의 강수를 던졌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법은 약 30석(총 50석)을 정당득표율에 50% 연동해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구 의석이 의원정수를 정당득표율로 나눈 것보다 많으면 연동형 비례대표는 못 받는다. 지역구가 2선인 정의당이 아주 유리한 구조다. 반면 약 30%의 지지율이 나오는 한국당은 현재 지역구(91석)만 따지면 연동형 비례대표(90석·300석×30%)를 못 받아 불리하다. 하지만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따로 정당득표율 30%를 흡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동형 비례의석 30석 가운데 최소 9석을 가져간다. 무엇보다 나머지 20석은 현재대로 지역구와 관계없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나눈다. 20석의 30% 6석을 더 차지할 수 있다. 약 13%에 달하는 무당층의 3분의1이 한국당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비례만 2석을 더 얻을 수 있다. 한국당이 현재(지역구 91석·비례 17석) 그대로 또는 의석수가 더 많아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지역구 의석에서 100석가량 차지하고 지지율이 2%가량 나오는 우리공화당과 유승민계가 만든 새로운보수당이 ‘보수대통합’을 하면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선거법이 제 발등을 찍을 도끼가 될 수 있다. 한국당은 이를 알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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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일찍이 민주당 내부적으로 ‘비례한국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당의 정공법에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화할지는 몰랐다”며 “우린 집권 여당인 만큼 비례민주당으로 맞불을 놓기 힘들다. 알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 3당은 야 3당대로 석패율제 도입을 촉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석패율제 도입 요구를 ‘호남중진 살리기’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석패율제 대상자에서 중진을 빼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생법안과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자는 민주당의 주장과 관련해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민생 법안을 일괄처리해서 국민의 걱정을 연내에 덜어드려야 한다”며 석패율제 도입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단 협상 장기화를 각오하고 냉각기를 갖고 있다. 한국당이 들고 나온 ‘비례한국당’ 구상으로 당 일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있을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 과제 등을 의식해 ‘4+1 공조’를 쉽게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하정연·구경우 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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