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쌍용차 노조는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이 같은 내용의 쌍용차 지원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날 “마힌드라의 지원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마힌드라를 방문한 노조에 투자 의지를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마힌드라는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투자해야 똑같은 방식으로 쌍용차에 자금을 수혈할 방침이다. 쌍용차 노사가 성실하게 자구 노력을 이행하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도 마힌드라가 내건 조건이다
이와 관련해 쌍용차 노조는 지난 19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자구계획안 설명에 앞서 “마힌드라의 2,300억원 투자는 정부 지원과 동일한 현금투자 방식”이라고 인도 방문 결과를 노조원들에게 설명했다.
마힌드라는 또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삼각협력도 추진한다. 포드는 내년 초 포드 엠블럼을 단 쌍용차 2,500대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쌍용차는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올 11월 누적 판매량은 12만2,3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이에 쌍용차는 2017년 1·4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마힌드라의 지원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조건 중 하나인 산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 마힌드라·쌍용차 어디로부터도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2,000억원대 지원을 언급하면서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일단은 희망이 비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는 지난 3·4분기 1,05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지난 9월 복지 축소와 이달 19일 성과급 반납 등 인건비 축소에 노조까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했다. 그만큼 쌍용차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단기적 위기를 해결하면서 연명하더라도 전기차 등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 장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쌍용차 지분의 72.46%를 갖고 있는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직접 지원을 언급하면서 쌍용차는 우선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이달 초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을 인도에서 만난 자리에서 2,000억원대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조는 20일 배포한 소식지에서 이 같은 얘기를 전하며 “마힌드라가 2,300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은 현금 투자 방식”이라며 “마힌드라가 직접 투자를 약속한 만큼 이제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지원 방안을 밝히기는 했지만 한국 내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이 동시 또는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GM에 투자한 미국 GM 본사처럼 산은의 지원을 조건으로 돈을 넣겠다고 한 것이다. 결국 산은은 한국GM에 8,1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한국GM의 경우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쌍용차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쌍용차가 산은의 지원을 받기가 한국GM 사례보다 더 어려울 거란 얘기다. 산은은 쌍용차에 일부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은행일 뿐 쌍용차 지분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실제 산업은행은 마힌드라의 언급에 ‘희망사항 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선 마힌드라로부터 2,000억원대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장기 생존을 위해선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 급감으로 인한 판매 부진이 해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쌍용차의 지난달 수출은 1,514대를 기록해 쌍용차가 마힌드라에 인수된 지난 2011년 3월 이후 105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올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쌍용차의 수출은 2만5,097대를 기록했다. 역시 이 같은 추세라면 마힌드라 인수 후 처음으로 연간 수출 3만 대가 무너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주력 모델인 티볼리의 경쟁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쌍용차는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하다. 쌍용차로선 빠른 지원이 필요한 상황. 쌍용차 노조는 이날 회사의 과제인 전기차와 관련한 소식도 전했다. 정 위원장은 “전기차는 중국 업체로부터 모터와 배터리, 미션 일체를 국내 공급가보다 가격을 낮춰 공급받고 셀판 기술이전까지 확보해 전기차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회사 측 또한 지난 19일 배포한 자료에서 “정부의 미래형 자동차 기술개발 및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에 적극 부응해 나감으로써 향후 정부의 산업 육성 지원 제도를 활용한 성장 동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을 최대한 받겠다는 생각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미국 포드사와의 협력 방안도 밝혔다. 노조 측은 “1월 중 포드사가 쌍용차를 방문해 완성차 2,500대 정도를 가져가서 판매하기로 했으며, 이후 신차 개발은 쌍용차-마힌드라-포드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진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