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2020은 나의 해]‘월드넘버원’ 고진영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골프선수론 여전히 부족"

하고싶은 일하며 사는 지금 만족

70점짜리 내 스윙엔 만족 못해

내달부터 한달간 美 전지훈련

스스로 너무 혹사시킬까 걱정

지난 7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뒤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에 입 맞추는 고진영. LPGA 투어 2년 차인 그는 통산 6승 중 2승을 메이저에서 올렸다. /AP연합뉴스지난 7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뒤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에 입 맞추는 고진영. LPGA 투어 2년 차인 그는 통산 6승 중 2승을 메이저에서 올렸다. /AP연합뉴스




7월 말 에비앙 챔피언십 뒤부터 5개월 연속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고진영의 티샷. /사진제공=KLPGA7월 말 에비앙 챔피언십 뒤부터 5개월 연속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고진영의 티샷. /사진제공=KLPGA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책을 많이 읽는 선수로 유명하다. 국내 투어 시절에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서점에 가곤 했다. 한 번 가면 한 꾸러미씩 사와서 아무 생각 없이 책 속에 파묻히곤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를 보낸 올 한 해는 16권을 독파했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최근 한 시상식장에서 만난 고진영은 우승이나 기록과 관련한 내년 목표를 묻자 책 얘기를 꺼냈다. “며칠 전 읽은 책 중에 석 달 안에 죽어야 한다면 하고 싶은 열 가지를 적어보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섯 가지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때 다시 한 번 느꼈죠.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하면서 살고 있구나’ 라고요.” 고진영은 “우승이나 기록 같은 결과는 정말이지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스윙만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상금이나 다른 부분은 신경 쓰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주어진 환경과 생활에 대해서는 더 바랄 것 없이 만족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을 모르겠다는 설명이다. 고진영에게 2020시즌의 키워드는 ‘만족과 불만족의 밸런스’인 셈이다.


고진영은 올 한 해 메이저 2개 대회(ANA 인스퍼레이션·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4승을 쌓아 올해의 선수·상금왕·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69.81타였던 평균타수를 올해는 69.06타로 줄였다. 시즌 상금은 약 277만3,000달러(약 32억1,900만원). 국내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2억원을 더 벌었다. 요즘 말로 필드를 ‘씹어먹은’ 셈이지만 고진영은 자신의 스윙에 대해서는 “많게 줘야 70점 정도밖에 못 주겠다”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신인상을 탔던 지난해와 비교해 퍼트와 100m 안쪽 샷이 좋아졌고 드라이버 샷 거리가 늘었다는 데서는 업그레이드를 인정하면서도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직도 스윙에서 불필요한 동작들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서 내년에는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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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지난 10월 올해의 선수상 확정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빚’ 얘기를 꺼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딸을 골프선수로 키우려고 부모님이 빚을 많이 졌고 그 빚은 5·6승을 올릴 때까지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갑작스러운 고백을 하게 된 것은 “유년 시절 넉넉한 환경이 아니었지만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이렇게 성장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고진영은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받은 사랑을 몸이 불편한 분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그동안 제가 왜 그렇게 독하게 경기했는지를 두고 잠깐 오해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오해를 풀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LPGA 투어 첫해에는 코스만 보였는데 올해는 예쁜 산도 보이더라”고 돌아봤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는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대회장에 가면 불안한 존재가 되게 마련”이라며 “어제의 감정과 오늘의 감정이 다르듯 골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초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나 한 달 남짓 일정의 전지훈련에 돌입하는 고진영은 “대회 때는 안 그런데 훈련 때는 저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편이다. 스스로 저를 얼마나 혹사할지 조금 걱정도 된다”며 빙긋이 웃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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