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1대 총선룰 바뀔 땐 당 쪼갤 핵폭탄 될수도

[대예측 격동의 2020]

<3>정치 분야-국회의원 목숨줄 '공천'

연동형비례제 등 도입 논의

최악땐 낙천자들 신당 창당

강기정 정무수석(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공천에서 탈락한 후 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자리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돌아서서 울고 있다./연합뉴스강기정 정무수석(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공천에서 탈락한 후 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자리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돌아서서 울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6년 3월 국민의당 마포 당사 앞에 한 사람이 빨간 손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갑에 공천을 받았던 정용화 후보자였다. 국민의당은 정 후보자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거론해 줬던 공천을 뺏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손도끼를 꺼내놓고 시위한 것이다.

한 3선 의원은 “한 후보자는 팔에 테이프로 칭칭 감아 붙인 손도끼를 목에 대고 와서 ‘공천을 달라’는 일도 있었다”며 “공천과 관련해서는 부모·자식·형제도 등 돌릴 수 있는 게 국회”라고 설명했다. 20년 친구도 원수로 만든다. 2016년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은 기동민 의원이 국회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 공천 경쟁자이자 ‘20년 지기 친구’ 허동준 전 동작을 당협위원장이 나타나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국회의원의 ‘목숨줄’인 공천 시즌이 오자 여의도가 숨죽이고 있다. 21대 총선도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양당이 “의원 절반을 갈겠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내뱉고 있다.


당 지도부에 공천은 ‘핵폭탄’이다. 당내 세력들은 물론 정계 지형을 한방에 재편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김종인 전 대표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프로파일러 표창원 의원 등 새 인물을 내세워 예상을 깨고 123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 쐈다가는 정권까지 몰락할 수 있다. 2016년 이른바 진(眞) 박근혜계의 ‘살생부’가 등장한 ‘학살 공천’이다.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유승민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등을 돌렸다.



정용화 국민의당 후보자가 2016년 광주 서구갑 공천을 받은 후 당이 경력을 문제 삼아 번복하자 마포 당사 앞에 도끼를 들고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정용화 후보자 페이스북정용화 국민의당 후보자가 2016년 광주 서구갑 공천을 받은 후 당이 경력을 문제 삼아 번복하자 마포 당사 앞에 도끼를 들고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정용화 후보자 페이스북


2014년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한 갈등이 폭발했다. 전략공천을 받은 기동민(오른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회견하는 도중  ‘20년 지기’ 친구로 알려진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2014년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한 갈등이 폭발했다. 전략공천을 받은 기동민(오른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회견하는 도중 ‘20년 지기’ 친구로 알려진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에서는 21대 총선의 공천은 당을 아예 쪼개버릴 정도의 폭탄을 안고 있다고 본다. 국회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차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몇 석이 되든 연동형 비례의석은 생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천을 못 받은 의원들이 군소정당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벌써 한국당 내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자리 잡은 ‘재선·대구경북(TK)’ 계열의 인사들이 비박·비황계의 부산경남(PK) 인사들을 대거 밀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총선에 도전할 청와대 인사가 7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거대양당에서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이 비례대표를 노리고 새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살생부’가 등장하며 공천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6년  김무성(앞)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주보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살생부’가 등장하며 공천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6년 김무성(앞)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주보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분당은 ‘보수대통합’을 추진하는 한국당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집권세력인 여당은 낙천 또는 용퇴한 의원들에게 다른 자리를 보장할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2016년 ‘살생부’의 그림자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당내 친황은 대부분 친박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공천에서 PK 의원들이 밀려나면 2016년 살생부 사태의 재연이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PK 지역 중진을 중심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을 안고 유승민계 신당인 ‘새로운보수당’과 연대하거나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영남권 중진은 “3선 이상 의원을 쇄신 대상으로 몰아붙인 것 아니냐”라며 “공천 전이라 조용하지만 막상 공천 결과가 나오면 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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