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지속되자 국세청이 고강도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다.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사례에 대해 현미경 검증에 돌입한다.
국세청은 23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로 통보된 탈세 의심자료와 최근 고가 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를 전수 분석해 탈루혐의를 포착하고 25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중과, 15억원 넘는 아파트 대출 전면 금지, 9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한도 축소 등을 담은 12·16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전격 내놓은 데 이어 고가 아파트 구매자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예고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고액을 차입해 아파트를 취득했거나, 소득·재산 상태로 보아 사실상 증여로 의심되거나 변제할 능력이 부족한 탈루혐의자 101명을 관계기간 합동조사를 통해 전달받았다. 또 고도화된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과세 정보와 국토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 과세 인프라를 활용해 수도권 및 지방의 고가 주택 취득자 자산·지출·소득을 연계 분석한 결과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자 128명, 소득 탈루혐의 주택임대법인 28명 등 총 156명을 선정했다.
주요 탈루 의심사례로는 소득이 전혀 없는 30대 여성이 고급빌라를 취득하면서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탈루했고,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은 3개의 주택을 취득하면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모친 등으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 등이다.
국토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지자체 등 관계기관은 지난 10월 이후 ‘주택거래 합동조사’를 벌여 탈루가 의심되는 531건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주택가격(매입자 신고가격)별로 나눠보면 9억원 이상이 211건(39.7%)으로 가장 많았고 6억∼9억원대가 153건, 6억원 미만이 167건이었다. 이들 주택의 취득금액은 모두 5,124억원으로 이 가운데 자기 돈은 31%(1,571억원)뿐이었고 나머지 69%(3,553억원)가 금융기관 대출과 차입금 등 ‘부채’였다. 국세청은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편법·불법 증여받은 돈을 ‘차입금’으로 위장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집중 검증에 들어갔다. 부모 등이 대신 채무 원금·이자를 갚아주거나 자녀에게 무상 대여하고 적정이자(연 4.6%)를 받지 않는 경우, 주택 취득자 본인 소득은 부채 상환에 쓰고 부모가 생활비를 대주는 경우 등이 모두 편법 증여 행위에 해당된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고가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전수 분석하고 탈루혐의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차입금으로 주택을 취득하고 부모 등이 차입금을 대신 변제하거나 면제하는 등 채무를 통한 편법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고 채무상환 전 과정을 매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달 부모 등으로부터 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고가 아파트 취득자, 고액전세입자 등 22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하는 등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금융자산 등 변칙 증여 혐의에 대해 여덟 차례에 걸쳐 2,452명을 조사해 탈루세액 4,398억원을 추징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