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을 뒤로한 채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특히 한수원 이사회가 원전 전기 판매단가를 과도하게 낮춰잡는 식으로,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에도 강행한 터라 앞으로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가 24일 폐쇄를 결정한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원의 경제성 평가 감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9월 한수원이 내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원안위는 ‘경제성 평가’를 확인하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안전성’을 보는 영구정지(운영변경허가안)를 안건으로 심의할 수 있다면서 이날 회의에 올렸다. 이병령 위원 등은 이날 회의에서 “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 안건에 대한 심의 자체를 멈추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은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보고서’를 보면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원전 전기 판매단가를 지난해와 올해 각각 MWh당 5만5,960원, 5만2,670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원전 전기 판매단가에 따르면 해당 전기 판매단가는 2018년 6만2,092원, 2019년 7월까지는 5만6,068원으로 집계됐다. 예상 판매량에 경제성평가보고서의 판매단가와 실제 판매단가를 대입해 판매수익을 계산하면 230억원가량의 차액이 발생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양자공학과 교수는 “1980년도에 지어서 본전은 다 거뒀고 이제부터는 공짜나 다름없는 발전소가 월성 1호기”라며 “경제성 평가가 자의적으로 진행됐음에도 폐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위원들은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고 한수원이 영구정지를 신청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영구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안위가 표결을 통해 영구정지를 결정했지만 향후 감사 결과가 한수원의 경제성 축소로 결론 난다면 논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안위가 경제성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도 결정을 내린 것은 성급했다”며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해 표결을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는 지난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2012년 설계 수명 만료로 운영허가 기간이 끝났으나 한수원은 노후설비 교체 등 7,000억원을 들여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연장 운전을 승인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전 비중을 줄이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되면서 조기폐쇄 논란이 불거졌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돌연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수원은 원안위 해체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해체 승인까지는 약 2년 정도 소요될 예정이고 승인이 마무리되면 철거 작업 등이 진행된다. 모든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김우보·백주연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