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반도체 수출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1·4분기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84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02.2로 지난해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100을 넘어섰다고 25일 밝혔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기업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크면 수출여건이 전분기보다 개선될 것을,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항목별로 보면 수출 상담(105.1), 수출계약(102.3), 자금사정(100.6) 등이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제조원가(85.9), 대상국 경기(87.4), 수출 채산성(89.3), 국제수급(91.8), 수출단가(92.0), 수입규제(93.1), 설비가동률(96.9) 등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품목별로는 선박, 반도체, 생활용품 등의 수출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업들은 내다봤다.
반도체는 단가가 회복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의 확대와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수요 회복 등이 수출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박도 1분기 인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EBSI가 올해 4분기의 94.9에서 149.4로 크게 올랐다.
생활용품은 화장품을 중심으로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 아세안 등의 수요가 늘면서 수출 경기 전망치가 기준선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철강, 비철금속, 기계류, 화학공업 등은 100을 밑돌았다. 화학공업 제품은 유가 하락과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기계류는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여건이 부정적일 것으로 기업들은 예측했다.
철강제품은 글로벌 수요 정체와 주요국의 생산 확대로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유럽연합(EU)·중국 등의 전방산업 부진으로 1분기에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기업은 내년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5.5%), 원재료 가격 상승(15.3%),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13.3%)을 꼽았다.
유서경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수출 회복의 신호”라면서 “다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위험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