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트라우마를 딛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강력한 해외 진출 의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제2의 헤드쿼터(세컨드 마더 마켓)’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동남아 현지 우량 금융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영토 확장에 나서 내년을 ‘글로벌 KB’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경영회의를 열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을 새로 구축했다. 동남아 주요국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에 제2 헤드쿼터를 세워 현지 특화 종합 금융그룹 모델을 만들겠다는 게 요지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 자체 자금 규모에는 한계가 있어 중소형사 거래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동남아는 향후 금융기관의 합병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지 금융업 내 우량 금융기관의 지분 인수 형태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금융은 최근 2년 새 신남방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동남아 진출에 그룹 차원의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15위권 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내년 1월 예정인 미얀마 은행업 허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얀마 현지에 수년째 전수한 주택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인허가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시장을 분석하며 공략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부코핀 자회사로 멀티파이낸스(MF) 법인이 있어 관련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얀마 은행 개방도 이번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KB금융그룹의 다른 자회사 역시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소매금융 시장을 파고들어 국민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캄보디아 토마토 특수은행에 이어 지난달 인도네시아 여신전문사까지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앞서 2017년 KB국민카드는 계열사인 KB캐피탈과 함께 라오스에 합작 리스사인 ‘코라오리싱’을 설립하면서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KB금융의 해외시장 진출에는 윤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의 BCC 투자가 실패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해외 진출에 몸을 사려왔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BCC 지분 41.9%를 8억5,100만달러(약 9,400억원)에 인수했지만 같은 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현지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BCC 주가가 하락하고 대출 자산이 줄줄이 부실화됐다. 결국 국민은행은 BCC 투자 6년여 만에 9,000억여원 손실을 봤다. 이는 당시 KB금융지주 전체 순익 1조2,8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2017년 카자흐 현지 테세나뱅크에 BCC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BCC 사건을 마무리했다.
특히 KB금융은 150년 전부터 해외 투자에 힘을 쏟았던 일본은행의 사례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선진국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행들은 글로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IB데스크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게 KB 판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선진 시장에서 정통 IB 비즈니스는 힘들겠지만 항공기 금융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볼 수 있다”며 “KB금융은 글로벌 신용등급이 높아 조달비용이 해외 금융사에 뒤지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